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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곽신애 바른손E&A 대표 #기생충 #봉준호 #오스카 #루머
“오스카 100억 투자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궁금할 정도”
“봉준호 감독에게 꼼짝 못한 제작자 투자자? 가장 큰 오해가 그것”
2020-02-24 00:00:00 2020-02-2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계속 이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단다.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영화인이 된 곽신애 바른손E&A대표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의 고민은 ‘포기’를 고민하던 시기의 고통을 말하고 있지만 얼굴은 행복하고 기쁘고 가벼웠다. 한국영화를 넘어 아시아영화 최초다. 세계 영화 시장의 중심 ‘할리우드’. 그곳에서도 가장 중심인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정확하게는 봉준호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단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봉준호 감독을 발굴했단 ‘만들어진 거짓’을 들이 대지 않아도 된다. ‘기생충’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라고 폄하해도 상관없다. 사실 곽 대표의 진짜 능력이라고 봐야 할 혜안은 봉준호 감독이 쓴 ‘기생충’에 제작자로 나선 것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썼지만 ‘기생충’이 좋은 얘기라고 단언하고 밀어 붙인 추진력이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원활하게 만들어지기 위해 제작자로서 물심양면의 도움을 줬단 점이다. 사실 굳이 따지고 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곽신애의 손에 ‘기생충’이 처음 꿈틀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기생충’과 봉준호 아카데미, 그리고 루머에 대해서.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길고 길었던 ‘기생충’의 모든 여정이 마무리가 됐다. 정확하게는 이날의 인터뷰가 마지막이다.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이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가 공식적으로 ‘기생충’의 모든 일정의 마지막이었다. 그 마지막에 곽 대표는 시원하고 섭섭하고 아쉽지만 새로움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의 로고가 새겨진 맨투맨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곽 대표다.
 
“정말 꿈 같은 일이 벌어졌죠(웃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이후 ‘더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더 뭐가 다가왔고. 하지만 달라질 건 없어요. 봉 감독님과 이심전심으로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뿐이에요. 일단 감독님도 ‘기생충’ 이후 준비하던 작품을 진행하실 것 같고, 저도 개발하던 시나리오와 러브콜을 보낸 신인 감독들, 그리고 크지 않은 사이즈의 작품들 몇 개를 준비할 것 같아요. 일단은 일상으로 돌아와야죠.”
 
가장 원론적인 질문이다. 제작자로서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예측했을까. 감독과 배우와는 다른 입장의 포지션이기에 궁금했다. 일단 전 세계가 ‘기생충’의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은 거의 기정사실로 정해놨었다. 그리고 나머지 노미네이트 부분에서 한 개 부문 정도를 더 수상할 것이라 예측 정도만 했을 뿐이다. 곽 대표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 당시를 떠올렸다.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정확하게는 1+1이었어요. 국제장편영화상은 너무 좋은 평가를 해주셨으니 받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 외에 기술상(미술, 편집) 쪽에서 ‘혹시’ 정도였으니. 그런데 순서가 제일 먼저 ‘각본상’이었잖아요. 너무 놀랐죠. 그리고 국제장편영화상. 여기까지였는데. ‘감독상’이 나오자. ‘작품상’을 받는 건가 싶었어요. 전통적으로 그랬거든요. 사실 아카데미가 전통을 택할 것이냐, 변화를 택할 것이냐를 놓고 저도 궁금했죠. 전자였다면 ‘1917’이 현지에서도 압도적이었죠. 
 
곽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본 한 기사의 문구를 언급했다. 그 문구는 이랬다. ‘‘1917’의 작품상 수상은 오스카 역사를 확증할 것이고 ‘기생충’이 받는다면 오스카 역사를 만들 것이다’였다. ‘오스카 캠페인’ 기간 동안 여러 행사에 참여했고, 그때마다 모두가 ‘기생충’에 환호를 했단다. 할리우드에서 그들은 톱스타였고, 말 그대로 ‘셀럽’이었다. 하지만 표심은 모르는 것이다. 8000명이 넘는 투표 인단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 말이다. 과연 그 많은 투표 인단이 ‘기생충’을 선택할 지가.
 
“결과적으로 수상 부문을 보면 ‘봉준호 감독’ 이름이 들어간 모든 부문에서 트로피를 받았어요. 투표 용지에 감독님 이름이 들어간 모든 항목에 거의 몰표를 줬던 것 같아요. 현지 분위기가 그랬어요. 어딜 가든 감독님이 중심이고, 감독님의 거대한 팬클럽이 형성된 느낌이었죠. 어떤 행사에선 그저 긴 농담 가운데 ‘패러사이트’란 단어만 들어가도 다들 박수를 치고 좋아했으니. 감독님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시면서 할리우드 영화인들과 사진 찍어 주시기에 바쁘셨고. ‘이거 뭔 일인가’ 싶었죠.”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이런 인지도는 ‘기생충’의 4관왕 수상으로 이어진 원동력이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런 원동력의 기반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만 있는 독특한 홍보 일정인 ‘오스카 캠페인’ 비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종의 현지 홍보 비용으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100억 이상을 투자했단 얘기가 팩트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곽 대표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보도를 보고 도대체 이게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저희도 놀랐어요(웃음). 우선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어떤 내용도 사실이 아닙니다. 정말 많은 버전이 나돌던데,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니에요. 추측해보면 북미 개봉에 쓰이는 마케팅 비용과 혼동한 것 같아요. 북미는 우리와 달리 작은 숫자에서 점차 흥행 추이에 따라서 스크린 개수를 늘려가잖아요. 그 비용이 누적되는 데 그걸 착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정확한 금액은 어떤 작품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이미경 CJ부회장의 작품상 수상이 국내에선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곽 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경을 오롯이 남긴 바 있다. 안타깝지만, 당시 봉 감독이나 배우들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었다고. 그리고 그는 충분히 이 부회장이 소감을 말할 자격이 있다고 봤단다. ‘기생충’에 참여한 모두가 동의한 내용이었기에 국내에서 논란이 상당히 이질적이었다고.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게 논란이 될 것이란 점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시 감독님은 앞서 3번이나 소감을 말씀하셔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셨고. 그래서 작품상 수상 소감 땐 멀리 떨어져 계셨죠. 제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건 ‘작품상’뿐인데, 그걸 받았으니 제가 말하고 누가 나설까 서로 고민을 했었죠. 물론 시상식 전에 의논을 했던 점이에요. 부회장님이 분명히 저희를 위해 노력해 주신 게 있고, 자격이 없단 점은 아니라고 봐요. 아쉽고 안타깝죠 논란은.”
 
일부에선 ‘기생충’의 다시는 한국영화에서 나오기 힘든 작품이라고 선을 긋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이기에 가능한 지점이고, 또 봉준호였기에 가능했다고. 바꿔 말하면 ‘기생충’과 똑 같은 시나리오를 신인 감독이 곽 대표에게 들고 갔다면 가능했을까 싶다. 곽 대표는 어떤 의도의 질문인지 확실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첫 말은 ‘모두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제를 하고 들어갔다.
 
“봉준호였기에 ‘기생충’이 가능했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봉준호만이 ‘기생충’의 모든 것을 오롯이 찍었다? 그건 동의할 수 없어요. 봉 감독님은 제작자나 투자자가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완벽하게 조율되고 계획된 시나리오를 가져 오세요. 글도 워낙 잘 쓰시잖아요. 제작자나 투자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장면이 눈에 보이고, 실제로 그런 불필요한 장면 때문에 예산이 상상 이상의 초과되기도 해요. 상영 버전에선 그 장면이 쓰이지도 않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게 없어요. ‘기생충’에서 반 지하 침수 장면 같은 경우, 사실 걱정이 됐었죠. 근데 그 장면을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소한의 촬영 기간에 맞춰서 찍을 수 있는 촬영 계획안을 만들어 오셨어요. 거의 그런 식이셨어요. ‘봉준호라 제작자와 투자자가 말을 못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절대로.”
 
곽신애 대표.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계 나아가 아시아영화계, 더 넓게는 전 세계 영화계에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를 만든 제작자가 된 곽신애 대표다.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사에서 두 번째, 아시아 영화에선 첫 번째로 두 상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가 됐다. 이제 한국영화가 전 세계에서 인정 받을 기회가 더 넓어진 셈이다. 이 말에 곽 대표는 반문했다.
 
“정말 그렇다고 보세요. 전 ‘기생충’ 이후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봐요. 전 개성 있는 다양한 영화가 나오길 바라는 제작자에요. ‘기생충’ 이후에도 누군가는 독립영화에 계속 매진할 것이고, 누군가는 상업 영화, 누군가는 시나리오, 누군가는 감독, 또 다른 누군가는 연기에. 각자의 위치에 집중하다 보면 충돌은 일어나겠죠. 그 충돌 속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지만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좋은 기회이고, 좋은 시기가 온 것은 맞아요. 하지만 이걸 잘 활용해 서로가 조율을 해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걸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시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닌가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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