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재생에너지는 정책적 실험, 정부 지원 필요
입력 : 2020-02-20 06:00:12 수정 : 2020-02-20 06:00:12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2050 탄소 중립’은 ‘정책적 실험’이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산업분야 탄소배출을 배출권 거래로 상쇄해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제조업이 공정과정에서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와 탄소배출량을 보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화석연료보다 비싼 상황에서 탄소중립은 표면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온실가스 배출을 ‘더 많은 비용’으로 보고 지구환경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투자하자는 게 탄소중립 정신의 골자다. 
 
수익사업이 아니다보니 본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생산 활동을 해온 경제주체인 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얻어내긴 쉽지 않다. 총대를 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장이 역내 기업들에 ‘돈 드는 정책 실험’ 참여를 강제하면서도, 주요 무역 상대국 수입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며 역내 기업·산업 보호에 나선 이유다. 후대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자는 정책적 어젠다를 현실 경제에 적용하려면, 고전 경제학 이론상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경제주체들을 위한 ‘채찍’과 ‘당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온갖 비판을 감수하며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채찍과 당근이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을 강력 추진한 정부 후반기 태양광·풍력 산업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태양광 소재 폴리실리콘 국내 1위 제조사였던 OCI는 최근 국내 생산을 중단키로 했고, 한화솔루션(합병 전 한화케미칼)도 중단을 검토 중이란 얘기가 나온다. 당장 터진 사건도 아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이미 2018년 하반기부터 국내 생산업체들의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고, 김택중 OCI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조원가의 35%가 전기료인데 중국은 요금이 50%더 싸다”며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웨이퍼와 잉곳을 만들던 넥솔론과 웅진에너지 등 그 외 태양광산업 관련 기업들은 진작 파산했다.
 
태양광보다 더 뒤처진 풍력 산업 사정도 열악하다. 10년 전 쟁쟁한 ‘중공업’ 기업들이 다 뛰어들었다 빠져나간 자리에 남아 투자해 온 두산중공업은 6년 만에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효성중공업은 간신히 풍력사업을 이어올 뿐 추가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두산중공업은 특히 석탄화력과 원전 설비로 성장했던 만큼 ‘탈원전’ 기조로 경영악화에 봉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그 대신 추진하려 한 풍력이 아직 손익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이 정책적 어젠다와 함께 밀어붙여 선점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현실이다. 
 
애초부터 전력시장의 근본적인 ‘손질’ 없이 신재생에너지 산업발전만 부르짖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가 기본적으로 소규모 ‘분산형’ 발전인데, 과거 석탄화력이나 원자력 같은 대규모 발전시설에서 전력을 생산한 후 한전이 일괄 배급하는 ‘중앙집권형’ 전력 시장을 그대로 둔 채 절대 재생에너지산업이 커나갈 수 없다고 우려해 왔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산업 추진에 더불어, 민간 망 사업자 인센티브 제공과 보조금 합리화 등을 병행해 계통연계나 입지규제 같은 기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그 토대 위에 베스타스나 오스테드 같은 기업들이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안정적인 사업 전환을 해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적·정책적 어젠다임과 동시에 산업이 잘 성장하기만 하면 향후 화석연료 고갈 문제도 해결하는 유망한 투자이기도 하다. 다만 산업이 잘 성장하기까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고, 글로벌 경쟁에 골몰하는 대형자본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만한 근본적인 제도적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추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초반보다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지만, 정책실험의 현실적 성공은 당위성이 보장하지 않는다.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후반기엔 이를 산업으로 안착시킬 근본적인 지원들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최서윤 산업1부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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