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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라임펀드 사기 입증할 수 있을까
신한금투·우리은행 등 금감원 조정안 수용할지 미지수
2020-02-18 15:26:06 2020-02-18 15:26:0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에 대한 사기정황을 포착, 계약취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실제로 계약취소와 투자금 반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를 입증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계약취소 결정이 내려지면 투자자는 판매사로부터 투자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나 판매사와 운용사는 법정공방을 벌여야 한다.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2국은 다음 달부터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운용과 설계, 판매사에 대한 추가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사기에 따른 손해배상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착오 등에 의한 계약취소 가능성을 염두하고 분쟁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4일까지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은 214건 접수됐다. 이 중에서 무역금융펀드관련 분쟁은 53건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 과정에서 라임자산과 신한금융투자의 사기혐의에 대해 사실 및 법적 관계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금융펀드 가입시기에 따라 손해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감원은 아직 구체적인 조건은 확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기준가격 미산출 시기부터 재구조화단계 등 각 단계에 따라 신한의 인지 여부를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혐의 입증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결과 계약취소 전례가 없는 것이 부담요인이다. 중간검사 결과대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안을 도출한다고 해도 이를 신한금투와 라임운용 측이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신한금투는 14일 금감원이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구조화는 운용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자료를 배포, 사실상 사기혐의를 부인해 향후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쟁조정안은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이를 신한금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민사소송을 택해 치열한 법리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에는 금감원 출신이 여럿 포진해 있다. 최근에는 금융투자감독국 출신의 연승재 변호사가 합류했다. 이러한 이유로 금감원 내부에서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역금융펀드가 아닌 플루토펀드(플루토 FI D-1호)의 부실을 우리은행이 인지하고도 계속 판매했다는 내부문건까지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은 무역금융펀드 외의 펀드에도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무역금융펀드 뿐 아니라 다른 펀드도 수익률 조작이나 돌려막기 등 사기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은행 문건은 플루토펀드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고, 공모 내지 방조에 의한 사기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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