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법농단 판사들 세 번째 '무죄'?
입력 : 2020-02-17 06:00:00 수정 : 2020-02-17 06:00:00
왕해나 사회부 기자
'사법농단'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에 대해 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이번이 세 번째다. 
 
가장 처음 선고가 내려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경우에는 특정 재판 등의 경과를 파악하는 문서를 작성하도록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6개 혐의가 모두 무죄 판단이 났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수사기록은 검찰도 브리핑하고 있다 등이 주된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위헌적인 행위는 인정되지만 재판개입이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 해당되지 않아 직권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근거였다.  
 
세 번째 판결이 특히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법농단의 핵심인 '재판개입'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돼서다. 재판 개입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원칙을 어겼을지언정 형법상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공소사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들에 대한 죄의 무게도 훨씬 가벼워질 공산이 커졌다.
 
특정 판사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감시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재판을 거래하고 재판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만한 일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도 71년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환부를 아프게 도려내고 다시 세우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었을 터다. 
 
하지만 사법농단 관련 판결을 보면 도리어 짓무른 부분을 덮고 퍼져가는 부분을 극약 처방으로 이어가는 것 같다. 독립되지 못한 법관의 판결을 누가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일각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더 큰 책임은 법원에 있다. 연루된 법관들을 제대로 징계하지 못한데다 후속 조치인 사법개혁안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국민은 외면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고 본다. 법원은 국민들이 처방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왕해나 사회부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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