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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정권심판'이라는 진부한 레토릭
2020-01-29 08:00:00 2020-01-29 08:00:00
이종용 정치팀장
지난 설 연휴 밥상머리에 오른 화두는 단연 정치와 부동산이었다. 정치는 오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에 누가 나설 것이냐에 대한 얘기였고, 부동산은 앞으로 집값이 잡히겠냐는 것이다. 취직과 결혼 다음으로 부동산이 명절 금기어로 떠올랐지만, 미혼자 뿐만 아니라 기혼자들도 단골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집은 샀는가' '대출은 얼마 남았나' '오르기 전에 샀어야지' 등 집안 어른들의 내집마련 성화에 덩달아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이렇게 부동산 이슈가 어느때보다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최근 급격히 오른 집값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집안어른의 뼈를 때리는 질문을 뒤로 하고, 여야당이 전하는 설 민심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말씀을 받들어야 한다며 치열한 민생총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이 대세였다며 "(야당이) 더 세게 잘 싸우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서로 듣고 싶은 말만 들었을 개연성이 크다. 최소한의 견제를 바라고 있는 보수 야당 쪽이 '정권 심판'이라는 레토릭(정치적 수사)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서 시대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에 밀린 위기감에 건강한 대안을 찾는 대신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가는 조짐이 짙다. 자유한국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시장 중심 자율경제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약'은 집값 안정을 바라보는 민심 역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문이다.
 
한국당의 공약은 공급 확대와 규제·대출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고가주택 기준 조정(시세 9억 이상에서 공시지가 12억 이상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현재 고가·다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주택 공시가 현실화, 분양가 상한제 강화,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선 봉쇄, 갭 투자 억제 등의 전방위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거래 허가제까지 거론되면서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일부 불만에 편승해 현재 정부 정책과 정반대로 가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투기적 수요에 대한 인위적인 억제를 배제하고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 식의 정책 접근은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반복해온 정책 실패다. '빚 내서 집 사자'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는 누군가가 잡을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열망이 광기로 치닫지 않도록, 투자가 투기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관행을 바꿀때가 됐다는 시대적인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로 가겠다는 생각에 시대정신의 흐름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외면이 불가피하다.
 
이종용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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