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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한 번에 읽은 시나리오, 목이 탔다”
“배우 생활 동안 한 번에 시나리오, 이번 영화가 두 번째였다”
“이해 안된 ‘곽상천’, 도저히 납득 안됐지만 나중엔 연민 생겨”
2020-01-23 00:00:01 2020-01-23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언제나 그는 배역 속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 중간이 없었다. 고요하거나 폭발하거나. 때로는 열등감에 사로 잡힌 모습이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유지된다. 하지만 결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그는 이 배역을 두고 도대체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속 대통령경호실장 곽상천. 배우 이희준은 이 배역을 두고 이렇게 단언했다. ‘도대체 무슨 이런 인간이 있는가 싶었다라고. 배역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은 뒤 도저히 연기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단다. 아니, 그는 이 인물에 대한 혐오감으로 몸서리가 처질 정도였다고. 사실 이희준은 곽상천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결핍을 가진 인물 속에서 자신의 연기를 그려내 왔었다. 곽상천은 그런 결핍의 꼭지점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이해가 안됐지만 배우로서 어떤 선을 넘어서 곽상천을 바라보니 연민의 감정이 솟아났단다. 이희준이 만들어 낸 시대의 탕아였고, 시대의 비극이던 곽상천은 이렇게 탄생됐다.
 
배우 이희준. 사진/쇼박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화 마약왕촬영 당시 우민호 감독에게 제안을 받은 영화가 바로 남산의 부장들이었다고. 그가 연기한 곽상천은 처음부터 이희준의 몫이었단다. 그는 우 감독과 다시 한 번 꼭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 시나리오를 흔쾌히 건네 받고 읽기 시작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배우 생활 동안 딱 두 번 경험했던 단숨에 읽기였다고.
 
제가 시나리오를 꽤 여러 번에 나눠서 읽는 스타일이에요. 전 지금까지 한 번에 읽은 시나리오가 미쓰백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도 한 번에 읽어졌어요. 뭐랄까. 굵은 붓으로 먹을 묻혀서 종이에 힘있게 쫙 그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신기하게 목이 너무 타더라고요. 물을 엄청 마셨어요. 이런 느낌이 왜 오는 거지. 저도 신기했어요. 이런 느낌과 이런 감정이라면 관객 분들도 흥미로우실 거라 생각했죠.”
 
물론 신기했고, 또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시나리오였다. 배우 생활 동안 단 번에 읽어 내린 두 번째 시나리오이기에 선택을 안 할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었다. 하지만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 지점은 의외로 컸다. 자신이 연기를 해야 할 인물인 곽상천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안됐다.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의 맹목적인 충성이 무섭고 또 아둔해 보였다고.
 
배우 이희준. 사진/쇼박스
 
너무 거부감이 들었어요. 오죽하면 감독님에게 다른 역할 하고 싶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웃음). 도대체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겠더라고요. 뭐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극적으로 제가 내린 결론은 박 대통령을 실제 아버지로 생각한 것 아닐까 싶었죠. 어린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맹목적으로 존경하고 따르고, 또 누가 아버지 욕하면 참을 수 없잖아요. ‘우리 아버지가 하는 건 다 맞아같은. 어떤 배우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전 이해가 안되면 연기 자체가 안되요. 그래서 끝까지 그 이해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죠.”
 
혹시 의심을 해볼 수도 있었을 듯싶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곽상천의 모델인 차지철이 대권을 노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추측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물론 영화에선 그런 여지가 등장하진 않지만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을 만한 여러 장치가 등장한다. 곽상천을 연기한 이희준의 입장에서 만약 박 대통령이 내 뒤를 이어라는 제안을 했다면 곽상천의 대답은 어떠했을까.
 
“(깊게 생각하며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마도 곽상천이라면 박 대통령의 그런 질문에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을 것 같아요 박 대통령을 아버지로 생각하는 아이 같은 인물이에요. 그냥 그의 곁을 지키는 게 목적인 사람이죠.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단순한 사람이에요. 단 한 가지의 목적뿐이에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가장 적합했을 거에요.”
 
배우 이희준. 사진/쇼박스
 
그런 곽상천의 내면을 위해서 이희준은 외면을 완벽하게 바꿔 버렸다. 우선 시나리오를 읽고 체중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덩치가 큰 이미지가 떠올랐단다. 실제 모델인 차지철은 의외로 체구가 작았단다. 하지만 이희준은 곽상천의 안하무인 스타일을 떠올리며 거대한 몸을 떠올렸다. 감독도 흔쾌히 동의를 했단다.
 
제가 몸매를 유지하는 것에 굉장히 강박이 있어요. 그런데 캐릭터의 무게감을 위해 살을 찌우는 게 좋을 거 같았죠. 죄의식 없이 정말 마음대로 먹었어요(웃음). 처음 살을 찌우자 마음만 먹었는데도 토할 것 같았어요. 하하하. 결과적으로 25kg를 늘려서 100kg의 몸무게를 만들었는데, 행동 자체부터 틀려지더라고요. 목소리 톤도 달라지고. 지금까지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심리적 가면을 쓰는 작업이었는데, 이번에는 신체적 가면에 중점을 뒀죠.”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절대로 정치색을 담지 않는 것을 첫 번째로 여기고 작업했다고 한다. 그의 의견에 배우들 역시 완벽하게 동의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순진한 인물이자 단순한 인물인 곽상천의 시선으로 이 영화 속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야기의 온도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온도는 차가움이다. 그 안에서 가장 뜨거워야 할 인물은 반대로 곽상천이었다.
 
배우 이희준. 사진/쇼박스
 
우선 이 영화 속에서 애드리브는 단 한 장면도, 대사의 글자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배우 분들이 마찬가지에요. 정말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 호흡의 횟수까지 그대로에요. 이게 뭐냐면 감독님이 완벽하게 설계를 하신거죠. 화면을 보시면 감성적인 음악이 깔리고 인물 클로즈업이 들어가지만 바로 밝은 장면으로 전환되잖아요. 객관적이고 또 차갑게 바라보기 위함이 아닐까요. 감독님이 더 표현하고 싶고, 여기선 더 나아가도 될 텐데 싶은 곳에서도 절제를 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설계된 남산의 부장들’. 한 번 빠져 보시고 제가 경험한 타는 목마름을 느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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