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조용병 뒤에 숨은 '몸통'들, 안녕들 하십니까
입력 : 2020-01-23 06:00:00 수정 : 2020-01-23 06:00:00
최한영 금융부 기자
#1.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5공 때 군부 실력자의 외압을 막아냈고 김대중정부 시절에도 인사청탁을 거부한 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인사청탁을 하는 직원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은행으로 유명했다."(대한민국 금융잔혹사(2008), 윤광원 저 中)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지켜보며, 기자 초년병 시절 읽었던 책 내용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조 회장과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외부 유력인사와 임원 자녀들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을 받았다. 책이 나온 지 12년이 흐르는 사이 신한금융이 변한 것인가, 저자가 신한금융의 정확한 사정을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일반인들이 모르는 '특수상황'이 있던 것인가. 법원 판단과 별개로 동부지법 501호 재판정에서 마주친 피고인들만이 알 것이다.
 
#2.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을 '경제검찰'이라고 한다. 검사를 하고 일부 징계도 하니 그럴 만하다. 금감원은 금융권에서는 '갑'인데 그런 금감원도 껄끄러운 곳이 있다. 바로 감사원과 검찰이다."(저축은행은 왜 무너졌는가(2012), 김영필 저 中)
 
굳이 책 내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금융권 사람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되뇌인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 재판 자체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지금까지 흘러온 상황을 볼 때 묘하게 겹치는 구석이 있어서다.
 
지난 2016년 초, 대한민국은 공기업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감사원은 다른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변호사 특혜채용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2016년도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에서도 선발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합격자를 바꿨다고 발표했다.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이 감사원 조사를 거쳐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전세는 역전된다. 2017년 10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6년 우리은행 공채 당시 신입사원 150명 중 16명을 금감원과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 등의 추천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결국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임과 법정 구속으로 이어졌다. 여파는 신한은행에까지 미쳤고, 당시 행장이었던 조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도 법정에 섰다. 여론의 화살은 금감원 대신 은행들로 향했다.
 
#3.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 2013년,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이었던 주현우씨가 학교 게시판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마지막 대목이다. 당시 정부가 철도민영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4213명을 직위해제한 것에 반발하며 주씨가 붙인 대자보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7년 전 대자보 내용을 끌어온 것은, 내용은 달라도 인용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신한·우리은행 경영진은 잘못된 방식으로 신입행원을 뽑았다는 비판을 온 몸으로 받아안았고, 일부는 법의 심판도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 채용비리 당시 책임은 원장이 아닌, 부원장보를 비롯한 참모들이 졌다. 한 금감원 직원이 내부 익명게시판에 올렸던 "채용비리 사건의 '몸통'은 빠지고 부역자 중 한 명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참 웃기는 일이다", "도의적 책임은 담당 임원이 져야지 왜 실무국장이 지고 가야하나"는 글이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문제는 또 있다. 상식적으로, 채용 비리는 누군가의 청탁으로 시작된다. 신한은행 사건 관련 법원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특이자 또는 임직원 자녀"라는 표현을 수 차례 사용했다. 여기서 특이자는 채용을 청탁한 외부 유력인사를 일컬을 것이다. 조 회장을 비롯한 신한 임직원들이 재판정을 들락거릴 때, 청탁한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나. 혹자는 "이번 재판은 대한민국이 그간 안고 있던 비정상적인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청탁을 한 외부 인사가 빠진 재판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금감원 채용비리 당시 원장으로 있던 '몸통'과, 신한은행에 청탁을 넣었던 또 다른 '몸통'들에게 묻는다. "안녕들 하십니까."
 
최한영 금융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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