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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낙인효과 무시 못해…건설사·수분양자 모두 피해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건설사 자금 부담 경감, 수요 창출 대안 필요”
2020-01-15 16:47:48 2020-01-15 16:47:48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가 해당 지역의 적체 물량을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이 제도가 건설사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꼬집었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인기 없는 지역이란 이미지를 심어 수요자를 끌어 모으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마케팅 투자를 늘리거나 계약 조건을 완화하고, 분양 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15일 건설업계는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이 분양 영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달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양주신도시에서 연내 분양을 계획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은 인기 없는 지역이라고 못을 박는 것”이라며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미분양 관리지역이라고 분양 필패는 아니지만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업계가 이같이 호소하는 건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이 미분양 해소를 촉진하기보다는 수요가 적은 지역이란 낙인을 새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관리지역 지정 이후 나오는 물량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이 같은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각종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거나 마케팅 투자를 늘릴 수 있는데, 이때 건설사의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건설사는 분양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계약조건을 낮추곤 한다”라며 “건설사가 이자를 대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십억원 규모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공급을 미루는 과정에서, 토지 구매시 받은 대출의 이자 부담도 증가한다고 호소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자본으로 토지를 구매하지 않으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분양 일정을 미루면 대출금 상환도 늦어질 수 있다”라며 “이자 등 금융비용이 증가해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초기 분양 이후 남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 혜택을 제공할 때, 기존 수분양자와 건설사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 경남 거제2차아이파크 입주민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 중도금 무이자 혜택 제공 등 할인 분양에 나선다며 기존 분양자를 차별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관련업계와 학계는 관리지역에서 건설사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HUG가 준공 전 미분양 물량을 분양가의 70~75% 수준 가격에 샀다가, 준공 후 1년 이내에 건설사에 되파는 제도다. 건설사의 자금난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 제도를 적용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분양이 잘 안되더라도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건설사들 역시 이 방안이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다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HUG에 팔려는 미분양 물량이 적다면 빨리 미분양을 털어버리는 게 좋지만 몇백세대에 달한다면 팔지 않고 보유했다가 훗날 분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근본적으로는 미분양 관리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빨리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 창출 없이 공급만 막는 제도로는 미분양 관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관리지역은 공급을 막는 제도”라며 “해당 지역에서 수요 창출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과 기업 수요를 조사한 후 산업단지 등을 조성해 고용을 창출한다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수 있는 주택 수요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한 공동주택 용지 모습. 사진/뉴시스
 
견본주택에 소수의 방문객만 관람하는 등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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