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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로 북미 대화 돌파구 모색…강경화 "제재 예외 분명히 있어"
강경화·이도훈 연이은 대미 외교전…문 대통령 평화 구상 실현 의지
2020-01-15 14:42:36 2020-01-15 14:42:3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이 14일(현지시간)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하며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남북관계로 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불법적 해외 노동자 파견을 용이하게 한 무역 업체와 숙박 시설 등 두 곳에 대해 제제 조치를 취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 정권은 유엔 제재를 위반하며 북한 노동자 불법 파견을 해외 수익 조성에 계속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날 조치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미국 및 유엔 제재의 이행과 집행에 계속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자 파견은 유엔 결의안을 어기며 북한 정권에 불법적 수익을 올려 준다"고 지적했다.
 
반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우리는 북한에 접촉해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에서 한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즉 미국이 북미관계 교착 국면에서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대화 촉진이라는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남북협력 사업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은 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뿐만 아니라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외교는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며 "남북관계가 지금 북미대화의 교착상태와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 당국 역시 문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을 외교전을 통해 실현해 나가고자 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큰 틀에서는 북미, 남북 대화가 같이, 서로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협력이 북미대화와 같이 가야 한다'라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 
 
이어 "비핵화 또는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북미 대화가 지금 진전 안 되는 상황에서는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남북의 대화가 됨으로써 북한의 관여 모멘텀을 계속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로선 그간 남북 간의 중한 합의들이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제재 문제가 있다고 하면 예외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그런 사업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측에서도 우리의 그런 의지라든가 그런 희망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리 정부 당국자 역시 '개별 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이러한 모든 구상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한다는 데 있어서는 미국 측도 충분히 평가해 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의 협의를 위해 15일 워싱턴으로 향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출국길에서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도 어떻게 대화를 촉진하느냐가 더욱 (한미의) 상호 관심사"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미국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하지만 지난 1년 이상 살펴보면 미국 입장도 제재의 굳건한 틀 속에서 대화를 촉진한다는 데 더 방점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관계가 정체된 시기에 남북관계를 증진해 북미관계를 촉진할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번에 비건 대표를 포함해 미 행정부 사람들을 만나 한국이, 미국이, 그리고 한미가 함께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가졌다. 사진/외교부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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