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2020 워라밸 한걸음 '더'
입력 : 2020-01-10 06:00:00 수정 : 2020-01-10 06:00:00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일·가정 양립 지표' 결과에 눈이 갔다. ''만 중시하던 사회에서 '일과 가정생화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로 첫 발을 뗐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11년부터 2년마다 일·가정 우선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일과 가정생활을 비슷하게 중요하게 여긴다'는 답변이 44.2%'일을 우선한다'(42.1%)는 응답을 처음 앞지른 것이다. 일을 우선하는 사고가 압도적이었던 사회에서 개인에게 가정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장시간 노동을 가졌던 한국인의 삶이 시나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워라밸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는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0인이상 대기업만 하던 주52시간 근무제가 50~299인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면서다. 최근 사람인이 직장인 1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봐도 중소기업 직장인 10명중 8명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찬성했다. 이들은 정시 퇴근 문화가 정착될 수 있고, 취미생활·자기계발 뿐 아니라 충분한 휴식으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이에 올해부터 달라지는 노동시장 변화가 한걸음 더 워라밸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족돌봄휴가'가 눈에 띈다. 갑자기 아이가 아파 발을 동동 굴리던 워킹맘, 부모의 병환으로 급하게 간병을 해야 할 경우에 회사에 눈치 보지 않고 연 10일동안 하루 단위로 가족돌봄 휴가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 가족돌봄 휴직이 연간 최대 90일 중 한 번에 최소 30일 이상 사용해야 했다면 가족돌봄 휴가는 연간 90일 중에 10일은 하루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짧은 기간 가족의 간병이나 자녀의 학교행사 참석 등을 위해서 가족돌봄 휴가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휴가가 아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도 있다. 노동자가 가족 돌봄이나 본인 건강, 은퇴 준비와 학업을 위해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2월말부터는 부부 동시 육아휴직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부부가 같은 기간에 휴직할 수 없었고, 사업주가 허가해도 육아휴직급여는 부부 중 1인에게만 지급돼 '독박육아'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부가 동시에 육아 휴직을 사용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명 모두에게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된다. 이같은 정책 변화에 부부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더 확산되면서 실제 남성 직장인 10명중 7명은 배우자 대신 육아휴직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남녀 직장인 1578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데 2015년 조사 당시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직장인들의 변화가 감지되고, 정책이 바뀌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까지는 '문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52시간제의 경우 정부가 중소기업 여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준 만큼 현장안착이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돌봄휴가도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직장 상사눈치, 회사 눈치를 얼마나 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육아휴직 또한 남성의 경우 상당폭 늘었지만 승진누락 등의 후폭풍을 우려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변화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도 국민도 기업도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 과로 국가에서 벗어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꿔 생산성 높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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