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재판 진행 중인데…검찰, '정범' 만들기 주력
증거인멸교사 혐의 정범 기소 못하면 무리한 수사 지적 불가피
입력 : 2019-12-15 07:00:00 수정 : 2019-12-15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등 '조국 일가 의혹'에 관한 재판이 속속 진행되고 있으나, '정범(正犯)이 누구냐'를 놓고 검찰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범을 특정해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종범, 교사범 등의 재판이 영향을 받아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정경심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된 가운데 검찰은 법리적 모순을 피하고자 '정범 만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는 정범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사모펀드 혐의부터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0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범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검찰이 증거를 인멸한 정범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범이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 즉 범죄를 직접 저지른 사람이다. 정범은 범죄를 실행한 사람 숫자에 따라 단독으로 범죄를 저지른 단독정범, 여럿이 공동으로 범행을 한 공동정범으로 나뉜다. 스스로 범행을 한 건 직접정범이라고 하고, 타인을 이용해 범행을 했다면 간접정범으로 칭한다. 
 
그런데 지난달 11일 검찰이 제출한 정 교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그에 대한 11개 범죄 혐의 중 증거인멸에 관한 것은 '증거인멸·위조·은닉교사'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허위 보고서 작성과 자료 은폐, 동양대 연구실 PC 반출, 거짓 진술 회유,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 등은 정 교수의 직접 범행이 아닌 '교사'란  뜻이다. 
 
정 교수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생긴 건 이 죄의 특성 탓이다. 형법 155조에 따르면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했을 때' 적용된다. 즉 상식적으로 본인의 사건에 관해 본인이 직접 불리한 증거를 숨기려고 하는 건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태여 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검찰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검찰로선 정 교수로부터 지시를 받아 그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한 정범을 밝혀만 이 죄에 관해 정 교수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특정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범죄를 시켰다'는 혐의만으로 정 교수가 재판을 받는 꼴이다. 검찰은 동양대 연구실 PC 반출 혐의에 대해선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으로 보고 있으나, 기소를 머뭇거리고 있다. 사모펀드 등 다른 증거인멸 부분에서도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 등 정범이 확실하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범죄엔 정범이 있어야 하고, 정범이 처벌되지 않으면 종범이나 교사범 재판은 무의미하다는 게 형법의 대원칙이자 법원 입장"이라며 "지금 검찰은 A→B→C 순서로 범인을 찾고 혐의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19일 예정된 정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법리적 모순을 피하고자 '정범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일 정범을 특정하지 못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1일에도 조 전 장관을 세 번째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며 혐의 사실을 정리한 바 있다. 다만 조 전 장관은 여전히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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