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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카운터 없애는 항공사들…'구조조정' 현실화
지상근무 요원들 중심으로 인력감축…대형항공사까지 가세
희망퇴직·무급휴직…구조조정 '칼바람'
2019-12-15 07:12:00 2019-12-15 07:12: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항공업계에 구조조정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공항 카운터 축소,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이 현실화한 가운데 내년에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인력 감축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 체크인 등 무인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동안 저비용항공사(LCC) 중심으로 셀프 체크인을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대형항공사까지 가세했다. 항공사들이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류비인데 인건비도 이에 못지않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을 통해 고정비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항공사들이 가장 먼저 무인화에 나선 것은 공항 수속 카운터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부터 국내선 공항 일반석 카운터를 없애고 셀프 체크인 체제로 전환했다. 셀프 체크인은 모바일·웹이나 공항에 비치된 키오스크(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통해 고객이 직접 체크인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항공은 수하물도 고객이 스스로 위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정된 무게 이하의 짐이라면 수하물표를 직접 출력한 후 지정된 장소에 짐을 두고 가는 방식이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9월 국내선 공항의 일반석 카운터를 없애고 수하물 위탁 전용 카운터로 전환했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체크인은 직접 하고 수하물만 카운터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12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이용하는 승객. 사진/뉴시스
 
LCC 1위 제주항공은 지난달부터 광주와 무안공항을 제외한 국내선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발급하는 승객에 3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셀프 체크인 독려를 넘어 '카운터 이용비'를 받는 것이다. 탑승권 발급 단계에서 수수료를 부과하는 국적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항공사들은 빠른 체크인을 위해 카운터 수속을 없앤다는 설명이지만 실상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행기 수를 줄이지 않는 한 운항 승무원, 객실 승무원, 정비 인력은 크게 감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공항 서비스직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이 무인화 서비스를 강화하자 실제 카운터 발권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올 1월 27.5%였던 카운터 발권 비율은 지난달 7.2%로 줄었다. 대한항공도 지난 7~8월 국제선 승객 중 셀프체크인 이용자는 62%로 카운터 발권보다 비중이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p 증가한 수준이다.
 
키오스크를 이용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항공사 직원을 통해서 하는 것보다 빠르게 체크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카운터 구조조정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서있는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뉴시스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같은 직접적인 구조조정도 현실로 다가왔다. 업계 '큰형님' 대한항공은 오는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2013년 100여명의 인력을 줄이는 희망퇴직을 시행한 후 6년 만의 구조조정이다. 지난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그룹 전체 임원 수를 27% 줄이며 인건비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나도 지난 4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15일에서 최대 3년까지 무급휴직을 받고 있다. 매각설까지 돌며 경영난에 허덕이는 이스타항공도 최근 1~3개월 무급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얼어붙은 실적에 내년 채용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내년 채용을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항공업 특성상 이직이 많진 않지만 자리가 없어 경력직들의 이직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등 대내외 정치·경제 상황이 불안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앞으로의 실적 개선도 깜깜하다. 올해 8개 국적항공사가 연간 기준 적자전환할 전망이며 내년 실적 회복도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해에도 항공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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