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동백꽃 필 무렵' 손담비 "까불이·트렌스젠더 의혹, 너무 억울했어"
손담비 "마지막 장면, 대본만 봐도 눈물 날 정도로 슬펐다"
"향미 캐릭터 잡기 위해 음반 준비도 포기…좋은 음악이었지만 다른 분께 넘어가"
입력 : 2019-11-22 08:04:39 수정 : 2019-11-22 08:04:39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도 '섹시가수' 손담비를 기억하시는 걸 보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모두 향미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던 거 같아요."
 
손담비. 누군가에겐 가수로, 누군가에겐 배우로 들릴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가수 생활보다 배우 생활이 더 익숙해진 사람이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손담비에게 2019년을 물어보자 그는 아득한 표정으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올해는 정말 많은 활동이 있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도 나갔고, 또 올해 중순에는 '할담비'로도 갑자기 재조명됐죠. 물론 타인에 의해 관심을 받은 거 같아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좋은 흐름을 가지고 간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확신했어요.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사실 손담비의 2019년은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섹시 이미지를 억지로 탈피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가수로서 무대에 설 예정이었던 것. 바로 그 순간, 향미가 찾아왔다. 손담비는 "대본을 보는 순간 반드시 하고 싶었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사실 올해 새 앨범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녹음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동백꽃' 대본을 보는 순간 향미에게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노래도 정말 제 스타일이고 좋았지만, 향미를 포기할 수는 없더라고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욕심을 낸 만큼, 고충도 컸다. 향미라는 캐릭터는 손담비 필모그래피를 통틀어서도, 한국 드라마를 통틀어서도 전무후무한 캐릭터였다. 심지어 감독도 촬영 전 "향미는 매우 어려운 캐릭터"라고 엄포를 놓을 정도였다고.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향미로 몰입할 수 있을 때까지 큰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맹하고 말투는 느릿느릿하지만 눈치는 빠삭하고, 눈빛은 어디를 보는지 모르게 멍하죠. 저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이에요. 그중에서도 딕션(발음)이 가장 어려웠던 거 같아요. 향미가 워낙 거침없이 내뱉는 편이라 워낙 대사가 많았어요. 자칫 잘못하다간 대사를 흘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손담비는 연기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확한 발음을 위해 코르크를 입에 물고 대본을 읽었고, 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 눈에 잘 들어오는 곳에 붙였다. '꾸미고 싶지만 돈은 없는 설정'을 위해 뿌리 염색을 놓친 부스스한 탈색 머리는 손담비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을 쌓는 것.
 
"향미는 동생이 있지만, 저는 동생이 없이 자랐어요. 그래서 형제애가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주변 분들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정말 향미처럼 동생을 위해 인생을 바칠 수 있냐고 물어봤죠.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수 있다', '부모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나하나 계단을 쌓아가는 기분으로 연기에 임했습니다."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최향미를 만드는 것은 이렇게 힘들었다. 다시 신인 시절로 돌아갔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고. 이렇게까지 그가 향미에게 욕심을 낸 것은 다름 아닌 '동정심'이었다. 향미의 삶이 자꾸 마음에 밟혀서, 향미를 한 번 더 품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향미는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예요. '물망초'라는 술집에서 자랐고, 결손가정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따돌림도 당했죠. 그렇게 많은 아픔이 쌓이니 눈치가 빨라질 수밖에 없죠. 그렇게 사랑받지 못해서 삐뚤어진 아이한테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어려운 캐릭터지만, 어떻게든 제가 품어보고 싶었어요. 향미라는 캐릭터를 소화하면 성취감은 물론 저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손담비는 인터뷰 내내 "향미와 나는 그다지 닮은 구석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인물 사이에도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강한 생활력과 의지. 실제로 그녀는 향미처럼 고된 무명 생활을 겪었고, 믿은 사람에게 배신도 당한 전적이 있었다. 어쩌면 손담비가 향미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자신도 모르는 공감대를 찾았기 때문은 아닐까.
 
"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겠다는 마음이에요. 많은 분이 제가 쉽게 유명 가수가 됐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데뷔 후 앨범 2장은 망했거든요. (웃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그런 순간이 되면 항상 묘하게 기회가 찾아와요."
 
"저도 향미처럼 강단이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사기도 많이 당해봤고, 풍파를 겪다 보니 점점 단단해진 거 같아요. 향미를 맡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하나만 보고 밀어붙였죠. 무대에서 오래 서서 그런지, 무대포 기질이 있는 거 같아요."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가수 손담비에게 '미쳤어'가 찾아왔다면, 연기자 손담비에겐 '향미'였다. 손담비도 "향미는 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설명했다. 10년간의 고된 연기 생활에 찾아온 기적이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대중들의 관심이 얼떨떨하다"며 어색해했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사실 항상 연기하면 하나둘 악플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악플을 하나도 못 봤어요. 그만큼 향미를 사랑해주신 거 같아서 기뻐요. 그 마음을 갖고 다음 작품을 더 잘해야겠다는 사명감을 얻게 됐어요. 이제는 향미가 아닌 게 너무 어색하고, 섭섭해요. 현실인지 꿈인지도 모르겠고, 집에서 뭘 해야 될 지도 모르겠어요."
 
극 중 향미는 동백(공효진 분)과 비슷한 듯 다른 맥락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지만, 그 인생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다. 손담비는 "향미와 동백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 동창이고, 서로의 과거를 기억하지만 그게 서로라는 걸 모르는 설정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향미는 사회적으로 많은 혐오를 받아온 캐릭터에요. 향미에 대한 삶을 생각해본 계기가 됐죠. 향미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주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삐뚤어진 감정을 갖게 됐죠. 동백이를 보면서 처음엔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감정도 동백을 좋아하는 마음, 닮고 싶은 마음에서 온 거라고 생각해요. 향미도 동백의 삶을 이해하고, 연민을 느끼니까 더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을 거예요. 물론 그 마음가짐을 갖자마자 죽어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손담비는 아직도 향미를 품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실제로 극 중 마지막 씬은 대본만 봤을 때도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지금껏 자신이 연기했던 모든 장면이 오버랩처럼 지나가고, 향미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부분에서는 본인도 내적으로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동생에게 버림받고 동백이에게 다시 돌아갈 때, 동백이가 스쿠터를 낑낑대고 있는 걸 다시 들어주잖아요. 거기서 향미는 머리채를 잡힐 각오를 했는데 일상적인 말을 들으니 거기서 무너지는 거예요. 그 감정이 너무 이해됐어요. 사무치게 슬퍼서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효진 언니도 같이 감정이 북받쳐서 울먹거려서 분위기가 정말 오묘했던 기억이 나요. 그 장면이야말로 저에게 있어서 가장 베스트 씬이라고 생각해요."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손담비는 촬영 도중 있었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까불이'가 아니냐는 의혹. 심지어는 '향미 트렌스젠더 설'까지 돌 정도였다. 이에 대해 손담비는 "너무 억울했지만 정말 그럴싸하게 설명을 해놔서 답답했다"며 웃었다. 코펜하겐에 가는 이유 또한 수술을 위해서라는 설정이라는 말을 듣자 "이런 소재야말로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이라고 입을 열었다.
 
"드라마나 로맨스도 좋지만, 스릴러가 들어간 게 저는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항상 초반까지는 따뜻하게 시작하다가 후반부에 까불이를 내세우는 게 특징이에요. 저는 이걸 쓴 작가님이 정말 천재라고 생각해요. 까불이를 이렇게 묘사한 것도, '까불이'라는 그 오묘한 어감을 잘 살리신 것도 신기해요. 어떻게 보면 섬뜩하고, 또 다르게 보면 웃기기도 한 이 어감을 적재적소에 기막히게 쓰시거든요. 저희는 항상 촬영장에서도 대본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동백꽃'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손담비. 문장으로 써 내려가면 아무렇지 않지만, 이 문장엔 손담비의 땀과 눈물이 젖어있다. 드라마 '드림'을 시작으로 '가족끼리 왜 이래', '배반의 장미', '유미의 방','미세스캅2'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미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향미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손담비의 이런 뚝심 있는 노력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차게 입을 열었다.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가수와 연기를 겸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가수로 먼저 대중들에게 알려져 섹시 이미지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은 게 있어서 연기 생활을 할 때 힘들었던 것은 맞아요. 하지만 그 모습도 저잖아요. 연기력을 더 인정받고, 더 다양하게 작품을 소화하는 시기가 온다면 음반을 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마치 엄정화 선배님처럼요. 나중에라도 함께 연말무대에 서게 된다면, 정말 꿈같을 거 같아요."
 
손담비. 사진/키이스트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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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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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기 쉽지않은 배역이었죠!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생각됩니다. 멋진 연기 잘 봤고, 다른 작품으로 또 만나길 응원합니다.

2019-11-22 11:58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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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달기 위해 카톡 로그인을 다했네요 ㅋㅋ 톡방에 어떤분이 그러셨나 향미뿌염 안한고 연기위해 그런거라고 그말이 딱 맞았네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 이상하게 기회가 찾아온단말 핵 공감요 죽고자 한다면 살길이 생기데요.그래서 막 무슨일이 생기면 힘들지만 속으론 한쪽 문을 열리겠구나 기대심리도 있거든요 댓글에 향미 레전드 갱신 했단말을 했었어요 과정이 쉽지 않았고 열정을 쏟은 산물이었던 거군요 역쉬~~그래서 그렇게도 향미같았던 덕분에 향미가 죽고 넘 속이 허했답니다!! 동백이 이후로 부담감이 있을텐데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하세요 ~^^

2019-11-22 14:47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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