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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리츠 투자 열풍의 이면
2019-11-13 06:00:00 2019-11-13 06:00:00
"생각보다 관심도가 훨씬 더 큰 것 같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잠재됐던 갈증이 한 번에 표출된 것 아닐까요?"
 
롯데리츠가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두고 증권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저금리와 주식시장 불안이라는 환경과 안정적인 배당이란 매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여전히 '짠물'이란 평가를 벗기 힘든 상장사의 낮은 배당성향이 리츠 투자를 가열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 등 다른 리츠의 고공행진도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 만년 저평가의 원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우리 주식시장은 부침이 심한 편이고 투자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분석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기업이 배당 등을 통해 성과를 주주들과 공유하는 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주주행동주의 확산 등으로 최근 배당이 늘어나는 모습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료를 보면 2010~2013년 10~12% 수준이던 한국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20%대로 올라왔다.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평균(47.75%)과 선진시장(49.78%)보다 낮을 뿐 아니라 신흥시장(37.4%)과 비교해서도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다.
 
배당금 규모로 보면 2015년 21조4000억원에서 작년 32조원가량으로 50%나 늘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상장사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전체 증가액 10조원 정도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배당금이 전체 배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30%로 높아졌다.
 
실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남양유업 같은 일부 기업의 배당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다른 상당수의 상장사도 아직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설 생각이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나친 배당은 기업에 독이 된다는 논리로 배당 확대가 부정적이란 인식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배당이 과하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수치로 나타난 것처럼 국내 상장사의 배당은 어디에 내놔도 부족한 수준이다.
 
기업의 연구개발이나 시설 투자에 들어갈 돈까지 배당으로 내놓으라고 주장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런 억지를 부리거나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에 불만을 쏟아내는 일은 '짠물'이란 평가를 벗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그 과실을 주주들과 공유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게 먼저다.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은 상장사가 투자자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배당이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에서 빠지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노력도 필요하다. 강제하지 않더라도 모든 기업의 배당정책이나 정보공개 등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금융당국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의 역할도 있다. 주식투자로 단기 시세차익만 노릴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함께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주체로서의 자세를 갖추고 기업을 독려하면서 합리적 수준의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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