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10월의 하늘과 생활 SOC
입력 : 2019-10-18 06:00:00 수정 : 2019-10-18 06:00:00
"저와 함께 작은 도시의 도서관에서 강연기부를 해주실 과학자 없으신가요?"
 
2010년 9월3일 트위터에 짧은 멘션이 하나 올라왔다. 글을 보자마자 나도 동참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 열명쯤 같이 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웬걸 밥 두끼 먹고 왔더니 수십명의 사람이 참여를 약속했다. 멘션을 처음 올린 사람은 『과학콘서트』로 널리 알려진 정재승 박사다. 그는 서산 시립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에 놀랐다. 읍내까지 한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이 있었다. 더 놀라운 일은 과학자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며 꼬집는 꼬마들도 있었던 것이다. 과학자를 처음 보다니! 그는 이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지방 소도시로 과학 강연을 다녀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자리에 온 대부분의 청중들이 과학자를 처음 봤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함께 작은 모임을 꾸려 화천, 보령 등으로 무료 강연을 다녔다. 그런데 이게 잘 조직되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때 정재승 박사가 깃발을 들었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토요일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67명의 과학자가 강연을 했다. 대성공이었다.
 
성공은 쉽게 오는 게 아니었다. 67명의 과학자보다 더 중요한 이들이 있었다. 과학자보다 더 많은 일반인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조직위원회를 꾸렸다. 포스터와 엽서를 만들고 도서관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었다. 강연자들에게 슬라이드 바탕화면을 제공하고 교통편을 확인했다. 그리고 행사장을 점검하고 당일 강연 진행 사회를 보고 사진촬영했으며 청중들의 소감문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기증했고 도서관협회는 도서관을 선정하고 담당자를 찾아주는 역할을 했다. 어떤 이는 주제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행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트위터 같은 SNS를 활용해서 홍보했다. 홍보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모여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만들었다. '1년 중 364일은 자신의 재능의 대가를 세상에 정당히 청구하지만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하루만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 재능을 기꺼이 나누고 기부하자'고 말이다.
 
일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네이밍이 중요하다. 준비팀은 행사명을 '10월의 하늘'로 정했다. 영화 '옥토버 스카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탄광촌의 소년 호머 히킴이 로켓을 만들면서 우주과학자의 꿈을 키워간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우리나라의 소도시 청소년들이 히킴처럼 과학자와 공학자로 성장하는 꿈을 우리 모두가 함께 꾸자는 것이다. 
 
2010년 10월30일 토요일 오전부터 트위터는 파란 하늘 사진으로 가득했다. 단 40분의 강연을 위해 며칠 동안 강연원고를 쓰고 슬라이드를 만든 이들이 마지막 단풍행락객들로 가득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찍은 하늘, 도서관에 도착해서 찍은 하늘, 그리고 강연을 마치고 서울 뒤풀이 장소로 향하면서 찍은 파란 하늘 사진을 보면서 다짐했다. 매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은 도서관에서 지낸다고 말이다.
 
올해로 10월의 하늘이 10주년이 되었다. 다음 주 토요일인 2019년 10월26일 오후 2시에는 전국 100개 도서관에서 142명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이 땅의 청소년들을 만난다. 축하하고 즐거워할 일이다.
 
10월의 하늘에 참여하는 과학자들과 진행봉사자들은 자발적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한다. 그런데 1년에 하루뿐이다. 그러니 아쉽다. 작은 도시의 아이들은 1년에 한 번만 과학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하는가? 큰 도시의 청소년이라고 해서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그냥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지금은 21세기인데 말이다. 
 
나는 문재인정부의 중요정책 중 생활 SOC가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생활 SOC 정책을 소개하는 카드 브리핑 첫 화면은 '10분 거리에 체육관이 생긴다는 얘기'라고 되어 있다. 맞다. 이것이다. 이젠 도시라면 어디나 걸어갈 만한 거리에 도서관이 있는 것처럼 체육관이 생긴다는 말이다. 좋다. 그러면서 꿈꾼다. '한 시간 거리에 과학관'이 생기면 좋겠다. 어마어마한 건물과 엄청난 전시물이 꼭 동네마다 있을 필요는 없다. 단지 지역의 청소년들이 아무 때나 찾아가면 과학자를 만나고 함께 과학을 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10월의 하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penguin1004@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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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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