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 “제가 의외로 로코에 어울리거든요”
“‘지질한 남자’라고 받은 시나리오…이게 왜 지질한 거지 싶었죠”
“상대역으로 공효진 추천, 시나리오 읽고 공효진 처음 떠올랐죠”
2019-10-09 00:00:00 2019-10-0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배우가 마초 영화에 더 어울린다는 선입견은 무려 14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2005미스터 소크라테스’ 2006해바라기속 김래원의 모습은 대체 불가의 강렬함이었다. 그래서 그는 마초 배우의 대명사로 자리해 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는 로맨틱 코미디에 더 어울리는 감성과 연기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데뷔 이후 필모그래피 초기작은 거의 대부분이 로코 장르에 집중돼 있었다. 그래서일지 모른다. 장르 변화와 이미지 탈피에 남자로서의 마초성을 드러내며 선택했던 두 편의 영화가 이렇게 오랫동안 그를 굴레 속에 가둬둘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보통의 연애는 김래원이 본심으로 돌아가는 또 다른 작업의 하나일 뿐이었다. 극단의 장르를 넘나드는 김래원의 연기력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그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로맨틱뿐만 아니라 코미디의 감성까지 더했다. 여기에 30대 후반 남자의 감성을 오롯이 담은 생활 연기의 순간까지 짚어냈다. 이제 김래원은 내공이란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배우 김래원. 사진/NEW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이다. 올해 롱 리브 더 킹에 이어 두 번째 영화다. 앞선 영화와 이번 영화가 장르적으로 전혀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지만 감성적으론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었다. 그래서 출연 결심에도 큰 고민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제작사 대표의 말 한 마디에 호기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었다고.
 
제작사 대표가 친한 분이었죠. ‘지질한 남자 배역인데 볼래라며 그냥 툭 주시는 거에요. 읽어봤죠. ‘이게 왜 지질한 남자지?’라고 고개가 갸우뚱했어요.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으면서 즐기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읽었죠. 잠시 이 얘기를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하는 모습을 상상했죠. 그때 이건 내가 하는 게 더 흥미롭겠다싶었어요. 여기에 상대역인 공효진이 합류하니 관객들에게 즐거움까지 줄 수 있단 확신에 주저함이 없었죠.”
 
한동안 김래원은 강인한 남자, 마초, 그리고 큰 형님 스타일의 연기에 집중해 왔다. 드라마에선 펀치란 걸출한 작품으로 김래원 스타일의 남자를 완성시켰다. 빈틈이 없고 완벽하며 또 남자와 여자 누구에게나 호감을 느끼게 하는 김래원이 만들어 낸 남자는 항상 판타지의 외피를 쓰고 있었다. 반면 이번 영화 속 김래원이 만들어 낸 이재훈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네가 될 수도 있는 평범함이다. 그게 묘한 설득력을 더했다.
 
배우 김래원. 사진/NEW
 
하하하. 그래도 제가 아직까진 로맨스에 어울린단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저는 어떤 장르를 하던 크게 거부감이 들거나 다른 옷을 입었단 느낌은 덜 받아요. 제 초기작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로맨스에요. 30대 이후 출연작은 거의 대부분이 액션 스타일에 집중됐었지만 로맨스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긴 했어요. 글쎄요. 꽤 괜찮은 시나리오도 많았는데 그때는 그 작품이 많이 하고 싶단 생각이 안 들었어요. 반대로 이 영화는 꼭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런 생각의 배경은 상대역 공효진이 큰 자리를 했다. 김래원은 제작사에 실제로 공효진을 추천했다고 한다. 김래원의 추천이 공효진의 출연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김래원은 시나리오를 읽고 공효진이 여주인공 오선영역에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떠올렸다. 물론 어느 누구라도 가장 보통의 연애시나리오를 읽으면 오선영으로 공효진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 역시 강력했다.
 
로맨스 장르는 출연 배우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역이 정말 중요하긴 해요.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를 읽고 정말 떠오르는 배우가 공효진뿐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넌지시 제작사에 의견을 드렸죠. 당연히 저의 의견을 존중해서 효진씨를 캐스팅한 건 아니죠(웃음). 너무 잘하시는 분이잖아요. 그건 누구라도 부인 못할 사실이고. 효진씨는 진짜 남자 배우라면 누구라도 선호하는 스타일이에요.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잘 채워주세요.”
 
배우 김래원. 사진/NEW
 
배우 공효진과의 케미는 영화를 본 관객 들이라면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 두 사람은 실감 나는 연기로 현실 연인의 썸을 기가 막히게 표현해 냈다. 밀고 당기는 과정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실제 연애 경험담을 대입시켜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래원을 당혹스럽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영화 촬영에서 금기시되는 몇 가지가 있다. 바로 어린이와의 촬영그리고 동물과의 촬영이다. 이 영화에서 김래원은 기상천외한 동물과 두 번의 촬영을 경험했다.
 
고양이와 한 번, 비둘기와 한 번 촬영을 했죠(웃음). 와 진짜 황당했죠. 하하하. 아마도 비둘기와의 촬영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들 하실 거에요. 그런데 진짜 어려웠던 건 고양이와의 촬영이에요. 요 녀석이 저랑 촬영 전에는 잘 지냈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자꾸 숨어요. 그리고 제가 쫓아가는 장면이다 보니 겁을 먹고 안 하려고 들고. 진짜 고생했어요. 반면 비둘기와의 촬영은 한 번에 오케이였어요. 다들 비둘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고 박수를 치고. 하하하.”
 
공효진과는 무려 16년 전 드라마 눈사람에서 호흡을 맞춰 본 바 있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다. 원하는 배우와 함께 했으니 김래원으로선 다행이고 원하는 작업과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공효진 외에도 이번 영화에는 이른바 연기 좀 한다는 배우가 모두 출연한다.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라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 볼만한 배우들이 수두룩하게 출연한다. 김래원도 이번 영화 속 배우들 중 유독 관심이 있었던 배우를 한 명 꼽았다.
 
배우 김래원. 사진/NEW
 
장기영하고는 촬영장에서 거의 함께 붙어 있으면서 너무 친하게 지냈죠. ()웅인이 형과는 몇 작품을 같이 했었기에 또 친한 선배였고. 두 사람과 함께 촬영을 해서 낯선 느낌도 없었고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전 너무 궁금했던 배우로 장소연 선배를 꼽고 싶어요. 예전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로선 너무 잘 알고 있었죠. 너무 내추럴하게 연기를 하셔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싶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함께 해보니 진짜 잘하는 배우는 다르구나싶었죠.”
 
사실 김래원 자체가 배우로서도 또 인간 김래원으로서도 가벼운 느낌은 아니라고 본인 스스로도 설명을 했다. 그럼에도 이런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 안에 이런 느낌이 많이 없단 것에 스스로가 해소를 위해 접근하는 것 같기도 하단다. 그래서 즐겁게 촬영도 했고, 또 이번 영화를 찍고 나니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며 웃는다.
 
배우 김래원. 사진/NEW
 
하하하. 이게 얘기를 해야 되나. 우선 감독님도 피디님도 제작사 대표님도 제 상대역인 효진씨도. 모두가 여자분이시잖아요. 촬영 현장에서 가장 큰 결정을 해야 하는 결정권자들이 이번 영화에선 모두가 여자 분들이셨죠. 제가 뭐 막 나대는 성격이 아니라서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정말 하라는 대로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나(웃음). 이번 영화 찍고 나니깐, 글쎄요. 언제 해봤는지도 기억도 안 나는 연애를 다시 해보고 싶단 생각이 아주 잠깐 들기도 하던데요. 솔로남 분들이 저희 영화 많이 보시면 좋겠어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