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닉 니포즈 블랙록 본부장 "퇴직금 서둘러 적립액 높이는 게 관건"
한국, 은퇴 후 25년 더 살아…타깃데이트펀드(TDF), 괜찮은 솔루션
국내 '디폴트옵션' 도입땐 금융맨·투자자 '교육' 필요해
입력 : 2019-09-24 01:00:00 수정 : 2019-09-24 01: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초장수 시대는 일할 환경이 제한된 상황에서 일종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건강과 생활패턴이 달라져 기간에 따른 노후자산 운용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은퇴자산 운용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닉 니포즈(Nick Nefouse) DC형 퇴직연금 투자전략본부장은 여의도를 찾아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 대해 소개하면서 "민간 연금시장이 오래 전부터 발전한 미국은 퇴직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개인으로 넘어왔지만, 그 사이 늘어난 기대수명과 달리 퇴직연령은 여전히 제자리"라며 노후자금 운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닉 니포즈(Nick Nefouse) DC형 퇴직연금 투자전략본부장. 사진/김보선 기자

닉 니포즈는 블랙록의 DC형 퇴직연금 투자전략본부장이자 라이프패스 프랜차이즈(LifePath franchise) 사업부문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메릴린치와 블랙록에서 소매금융, 투자상품개발, 글로벌이머징마켓 상품전략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퇴직연금이 중요한 것은 평균수명이 늘어난 데 비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닉 니포즈 본부장은 "미국의 평균수명은 1945년에서 61세에서 2009년 기준 75세로 늘어났는데, 그 사이 퇴직연령은 65세로 그대로다"며 "연금제도는 은퇴 후 몇 년 더 살 것에 대비해 만든 것이었지만 이제는 은퇴 후 수십년을 살게 되는데 한국은 은퇴 후 삶이 미국(20년)보다 긴 25년으로 예상된다. 장기적 재무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은 퇴직연금이 발달해 있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독립된 퇴직연금기금을 신탁형태로 설립한 뒤 내부 또는 외부의 자산운용 전문기관에 운용을 맡기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나라이기도 하다. 블랙록자산운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 캐나다, 호주의 DC(확정기여형)와 DB(확정급여형) 가입 비중은 평균 30% 대 70%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미국(60%)과 호주(87%)의 DC형 비중은 독보적으로 높다.

DB형은 회사가 알아서 운용하고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DC형은 회사에서 매년 일정액을 납입하면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도 DB에서 DC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DB 가입자가 많고, DC 가입자라고 해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직장인은 드물다.

블랙록은 10년간 펀드 수익률이 6.9%라면 투자자의 수익률은 수수료 등을 뺀 5.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닉 니포즈는 이런 점에서 DC형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최상의 솔루션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DF는 은퇴할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해주는 노후대비 펀드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삼성자산운용이 '한국형TDF 시리즈'를 내놓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3년 만에 10개 자산운용사가 TDF 시장에 진출했다.

그는 TDF 적립액이 미국 401K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4%에서 2022년 5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TDF는 비용은 낮으면서 분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개인들이 해결해야 할 노후준비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TDF를 상품으로 국한해서 볼 게 아니라 노후준비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은퇴라는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

401K라 불리는 미국 퇴직연금제도는 1981년 도입된 DC형 연금제도로, 2006년부터 '디폴트옵션제'(자동으로 상품배분)를 시행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이자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넛지(Nudge·강요하지 않는 개입으로 올바른 선택을 유도) 개념을 바탕으로 디폴트옵션을 제안했다. TDF는 디폴트옵션의 대표 상품이다.

입사 후 가능한 빨리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닉 니포즈는 "고객들에게는 매년 1%씩 적립을 더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컨설팅한다"며 더 많은 적립 자체가 성과를 높인다"라고 말했다.

TDF가 수익률 면에서 거둔 효과도 투자자의 직접 운용에 비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연령대별로 투자를 유도하지 않은 가입자 솔루션(non-guided solution)보다 TDF 이용자의 성과가 연 평균 3.3% 더 높다는 조사가 있다. 스스로 선택하는 것보다 분산투자가 전문적으로 이뤄지는 게 더 도움이 된 것이다."

TDF의 투자는 생애주기별 자산배분 모형(Glide path)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소득곡선은 생애에 걸쳐 20대에 시작돼 40~50대 중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 급여수준이 하락하며 퇴직으로 다가간다. TDF는 이에 기반해 기본적으로 은퇴시점이 많이 남았을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시점에 가까울수록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가입자의 퇴직시점에 맞춰 TDF2025, 2030, 2050 등으로 상품이 세분화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TDF2030은 2030년을 은퇴시기로 예상하는 가입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다.

닉 니포즈는 "글라이드 패스도 국가마다 다르다. 일본은 저축을 많이 해서 리스크 선호도가 낮은 반면, 미국은 저축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고위험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라면서 "블랙록은 국가별로 장수 리스크, 인플레이션 리스크, 시장 리스크 등 3가지 리스크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의 강점에 대해서는 "미국 운용사 대부분은 소득 등 인적자본에 기반해 TDF 포트폴리오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젊어서는 (소득 등)인적자본(Human Capital)이 많기 때문에 훨씬 더 공격적으로 적립액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며 "초기에는 주식배분 100%로 시작해 퇴직시점에는 타사보다 주식비중이 낮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장기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리스크를 초기에 많이 가져간 경우가 균형 포트포리오로 운용하는 것보다 5~7년 더 일찍 퇴직해도 비슷한 은퇴자금을 모은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자신탁, KB, 한화, 신한BNPP, 키움, 하나UBS, 교보, NH아문디자산운용 등 10곳이 TDF를 출시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TDF 진출 가능성도 열려있다. 해외의 기금형 퇴직연금제, 디폴트옵션 도입 등을 추진하면서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 디폴트옵션이 도입될 경우 거부감이나 무관심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닉 니포즈는 "TDF는 개인투자자가 깊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교육을 통해 이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손해가 컸지만 디폴트옵션으로 TDF 등에 투자한 가입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손해를 상쇄할 수 있었다. 즉,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수익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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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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