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일하고 싶은 노인의 '더 오래'
입력 : 2019-09-23 06:00:00 수정 : 2019-09-23 06:00:00
간호학교를 나온 62세 조모 할머니는 최근까지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했다. 수십년 간 해온 일이기에 경험치가 높았던 점을 병원에서 인정하고 계속 고용을 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더 오래 일하고 싶었지만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후배들의 눈치가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일부 후배들은 연륜을 높이 사면서 본인의 미래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응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젊은층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돌봄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텐데 일할 수 있음에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토로했다.
 
몇 년 후에는 조씨처럼 '일하고 싶은' 노인의 일자리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물꼬를 튼 것이다. 정부는 최근 인구대책 발표를 하면서 앞으로 3년 후인 2022년에 관련논의를 실질적으로 진행 하겠다고 공언했다. 65세 정년 연장을 화두로 던지면서 연착륙을 위해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벤치마킹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연령까지 근로자의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연장 방식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가 정년연장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셈이다.
 
사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 내용은 단기책 중심으로만 담겼다. 노인 고용을 독려하기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을 현행 27만원에서 내년 30만원으로 올리고,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신설하는 식이다. 일단 기업에 노인 고용을 독려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022년에 재고용이든 정년연장이든 정년폐지 든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갈등의 논란은 청년일자리와의 충돌이다. 고령 노동력이 청년 노동력과 대체 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다는 연구들도 일부 있지만 직종별, 업종별 차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년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전체의 25.5%뿐이어서 청년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령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정년연장은 체감실업률이 25%에 이르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일자리의 질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갈등의 폭은 격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일하는 노동력 확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작년 3765만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해 2030년대 초까지 10년 동안 매년 30~40만명씩 줄어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향후 50년 내에는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씩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인구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노인의 일자리를 보장해야만 한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영향을 미쳐 세대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방향의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는 청년층과 고령층 노동력의 상호 대체성과 보완성을 업종과 직종 등으로 구분해 실증적으로 평가한 뒤 특성에 맞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륜과 연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재교육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등을 만들면 만들수록 병든 인구구조의 폐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청년은 청년의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노인은 또 다른 자리에서 생산력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더 일하고 싶은데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조씨같은 노인이 나오지 않게. '더 오래'.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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