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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신화' 강영중 대교 회장, 자사주 매입으로 보인 회사 사랑
15년째 거의 매일 주식 사들여…직원·주주들에 미래 자신
2019-07-21 06:00:00 2019-07-21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보통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와 회사의 앞날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힌다. 하지만 대부분 이벤트 성격이 짙고 조금씩 꾸준히 사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강영중 대교 회장(사진)의 케이스는 독특하다. 대교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지난 2004년 이후 15년째 거의 매일 주식을 사고 있다.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대교는 강 회장이 장내매수를 통해 보통주 900주, 우선주 1827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취득가는 보통주 6106원, 우선주 4508원이다. 이날 그가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은 총 1373만1516원이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의 대교 보유 주식 총 수는 895만9135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8.60%로 직전 보고일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강 회장의 이 같은 지분 매입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는 이 달에만 9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고, 올해로 확대해서 보면 주식 매수에 나선 날이 97일에 이른다.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사흘에 한 번 정도 거래를 쉰 셈이다. 거래 규모도 크지 않다. 적게는 수백주에서 많게는 1만여주 안팎이다. 
 
그의 자사주 매입은 대교가 증시에 데뷔하던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회장은 대교 상장 이틀 후부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5년동안 꾸준히 주식을 사모은 결과 그의 지분율은 상장 초반 1.75%에서 8.60%까지 확대됐다. 올 초의 8.14%와 비교하면 약 200일 사이 0.46%포인트가 늘었다. 
 
그가 대교 주식을 꾸준히 사는 이유는 회사에 대한 애정때문이라는 것이 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대교는 지주사인 대교홀딩스가 54.51%의 지분을 갖고 있어서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대교홀딩스는 강 회장이 지분 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교 관계자는 "강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믿음을 가져도 된다는 무언의 제스처로 읽힌다"며 "오래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일이라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대교타워 전경. 사진/대교
 
3명의 공부방에서 출발해 자산규모 약 1조원의 교육기업을 일궈낸 강 회장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강 회장은 지난 1975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종암교실'이라는 공부방을 열면서 교육사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 일본에서 사업을 하던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일본의 구몬수학을 국내로 들여와 과외교실을 운영한 것. 1980년 정부의 과외금지 방침은 지금의 대교를 있게 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선생님이 직접 교재를 갖고 학생을 찾아간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타개한 것은 물론 한국식 학습지 문화를 형성했다.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사업이 순항하자 위기는 또 찾아왔다. 일본 구몬수학 본사에서 이름 변경과 로열티 인상을 요구해 온 것이다. 이 때 강 회장은 일본과의 관계를 끊고 비슷한 형태의 교육서비스를 론칭했다. 회사명은 큰 교육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대교'로 정하고 브랜드명은 '눈높이'로 결정했다. 브랜드 론칭 2년여만인 1993년 눈높이 교육은 1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학습지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대교는 학습지 출판·판매 등의 주력 사업에 더해 온라인 교육, 학원, 오프라인 서점, 유아·초등 교육기관 등의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교육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저출산 기조와 함께 교육 업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영 실적은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대교는 매출 1952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34%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교는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교육서비스 기업으로 끊임없이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교육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해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체질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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