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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당국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도입시 90% 퇴출"
FATF 기준에 우량 거래소 20여개만 생존, 180여개 퇴출 전망
부실 거래소 투자자 피해막기 위해 1년간 청산기간 부여도 검토
자본금 요건도 적용되면 문닫는 거래소 더 증가할 듯
2019-07-15 06:00:00 2019-07-15 06: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이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등록제 도입으로 전체 거래소 200여곳 가운데 180여곳이 정리되고 20여개만 남을 것으로 분석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10%만 생존하고 90%는 퇴출되는 셈이다. 부실 거래소가 퇴출되면, 당장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피해를 막기 위해 1년간 정리기간을 부여한다는 입장이지만, 폐쇄 전부터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등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14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되면 전체 200여개 거래소 중 20여개만 살아남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나머지는 (180여곳은) 운영이 정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분석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암호화폐 규제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달 국제자금세탁방지지구(FATF)는 미국 올랜도에서 총회를 열고 암호화폐의 규정을 '통화'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규정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는 감독당국의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해야 하고, 감독당국은 자금세탁방지의 감독수단을 보유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도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특금법)'을 발의했다. 현재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거래소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거래소가 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현행법 적용대상인 '금융회사'에 포함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상호명과 대표자 성명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AML)와 본인인증(KYC) 시스템이 없는 거래소도 퇴출된다. 당국 관계자는 "국제기준과 특금법에 따라 AML와 KYC를 우선 자격요건으로 볼 것"이라며 "이런 기본이 갖춰져야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형 거래소들이 사용하는 일명 '벌집계좌'도 앞으로 금지된다. 당국 관계자는 "특금법에는 벌집계좌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며 "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못받은 거래소는 모두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벌집계좌란 투자금을 받는 거래소 법인계좌를 말한다. 그간 벌집계좌는 실명 확인이 안된 계좌에서도 입금이 가능해, 자금세탁에 악용된다는 취약점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규제를 모두 고려해 자체적으로 분석해보니, 20여개의 거래소만 남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당국은 향후 신고제가 도입되면 거래소에 대한 자격요건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당국은 자본금 요건 도입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거래소 상호명과 대표자명만 신고하기에는 모든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름·주소지 등록은 투자자 피해를 막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금융회사처럼 자본금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자본금 요건까지 적용되면 문닫는 거래소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실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들이 제때 돈을 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1년간 청산을 유예하는 기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당국 관계자는 "거래소에 한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줄 것"이라며 "1년내에 청산하도록 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폐쇄 되기전부터 가격이 급락하는 등 피해 우려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기준 및 국내법에 따라 부실 거래소들은 결국 폐쇄해야 된다"며 "투자자 피해를 고려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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