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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공인회계사시험 문제유출, 1점이면 상관없나?
2019-07-12 01:00:00 2019-07-12 01: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구차한 변명.
 
공인회계사 2차 시험 문제 유출 논란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해명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금감원은 의혹에 대해 유출이라 보기 어렵다고 항변하면서 유사성은 있어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문항이 전체 배점에서 1~2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2차 시험은 절대평가로 60점만 넘으면 합격이다. 하지만 1~2점 차로 탈락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소수점으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배점이 크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수년간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나오기 어려운 얘기다. 일단 현재 상황만 모면해보겠다는 안일한 사고 방식의 발현이다.
 
회계사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의 본질에서도 한참 벗어났다. 이번 사태를 증폭시킨 것은 시험문제 출제 위원과 사립대에서 특강을 한 강사가 책을 함께 쓴 공저자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점이 아니다.
 
분위기를 보면 유출 의혹에 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금감원은 유출 의혹이 제기된 회계감사 과목 특성상 출제 인력풀이 한정되어 있어 출제위원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년 문제 제출을 의뢰해야 하는 이들을 상대로 투명하고 엄격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금감원은 조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된 대학의 모의고사 외에 다른 대학의 모의고사와 강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 등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해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이 없다. 한달 후에나 나온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별로 기대되지 않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계기로 회계 개혁을 시작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회계 정보의 투명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회계 개혁에 앞장서야 할 공인회계사 선발에 문제가 있다면 회계 개혁은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험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회계 업무를 수행할 인재들도 회계사가 되는 것을 기피할 것이다. 신뢰가 없는 시험을 통과한 회계사와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도 불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회계사 시험에 대해 점점 커지는 불만과 공정성 시비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회계 개혁은 물건너가게 된다는 뜻이다. 그 열쇠는 금감원이 쥐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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