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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영화시장의 멀티플렉스 딜레마
2019-07-11 00:00:00 2019-07-11 00:00:00
예술과 상업의 공존이 가능할까. 영화 시장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면 꽤 골치가 아파진다. 사실 영화는 예술이기도 하고 상업이기도 하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왜 예술과 상업의 대결 구도가 유독 영화 시장에서만 벌어지고, 이 두 가지 개념의 충돌이 해묵은 논쟁을 만들어 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일까. 이를 위해선 영화 산업 변화 흐름과 함께 멀티플렉스 등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영화의 연간 의무상영 일수가 정해진 1980년대 후반까진 영화 시장에서 예술과 상업의 충돌은 흐릿했다. 한국영화 존폐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8 CGV강변 오픈을 시작으로 멀티플렉스 극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 문제가 점차 불거지기 시작했다.
 
멀티플렉스는 영화 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 낸 플랫폼이다. 10여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 버스터 위주로 상영 시간을 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인들은 반발했다. 중소 규모 혹은 예술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기회가 박탈된단 주장을 했다. 영화인들의 주장 배경은 예술성 혹은 작품성 위주 다양성 영화를 시장에서 배제시키는 멀티플렉스 사업자의 횡포로 귀결됐다. 하지만 이 논리를 대중성으로 접근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장치 사업자인 멀티플렉스 측은 극장 1개 관당 평균 100억 대 이상 시설비를 투입해 운영한다. 인건비와 장치 유지비, 기타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연간 적자 규모가 상당하다. 대중성을 무시하고 다양성 위주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게 쉽지 않다. 극장이 살아있어야 영화도 상영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 논리에서의 충돌 이후엔 보다 추상적인 개념으로 논쟁이 확대된다.
 
먼저 예술이 팩트(사실)가 아닌 추상의 개념까지도 시각화한 것이라면 영화는 예술이 맞다. 반대 입장에선 대중성으로서의 재화 개념을 들이댄다. 20세기 산업화로 인해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면서 대중성이란 개념이 명확해졌다. 다수가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중문화, 그 중심에영화란 장르가 자리잡았다.
 
영화가 예술인지 상업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그것이 정책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최근 최용배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교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영화기생충을 본 뒤대기업의 독과점이 심화돼 결국 그들이 좌지우지하는 영화만 만들어서 새로운 봉준호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보호 정책은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장한다. 스크린 쿼터제에서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가 확정되기 이전 상황이 계속됐다면 지금의 한국영화 시장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멀티플렉스 체제 도입으로 인해 영화 시장이 확대되고 자본 집중력이 높아진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 수준의 한국영화 경쟁력과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도 이런 시장변화를 자양분 삼아 성장한 결과물이다.
 
영화는 예술일까. 예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영화는 상업적 재화에 더욱 접근한대중 예술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건 멀티플렉스 시장 포맷 옹호론이 절대 아니다.
 
김재범 대중문화팀장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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