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KCGI, 한진칼 지분 추가매수도 처분도 쉽지 않아
수익감소 방지·투자유치, 어떤 방향이든 속도가 생명
입력 : 2019-06-26 01:00:00 수정 : 2019-06-26 08:15:37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행동주의펀드 KCGI가 코너에 몰렸다. KCGI가 판세를 뒤집기 힘들어진 만큼 손을 털고 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주가 등을 고려할 때 지분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식을 더 사들일 수도 있지만 한진그룹과의 지분 경쟁을 계속할 만큼 자금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입장문을 내놓은 것 외에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진칼과의 경영권 분쟁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앞으로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KCGI가 지난달 말 한진칼의 지분율을 15.98%로 끌어올렸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압박하는 것을 넘어 경영 참여까지 무난하게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조 회장 측과의 승부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지분율을 20%대로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경영권 분쟁이 한진그룹의 승리로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으로 한진칼에 대한 지분 경쟁은 오너일가 우세로 기울었다"며 "KCGI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글로벌 넘버원 항공사가 버티고 있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지분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CGI의 선택은 지분 매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시장의 예상처럼 지분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실현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규모 지분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블록딜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가치 제고와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수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도 자금에 여유가 없어 지분을 받아주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만약 블록딜에 성공해도 KCGI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은 통상 시장가보다 10% 정도 낮은 가격에 주식을 내놓는데 현재 주가(25일 종가) 3만350원에 기준하면 2만7000원 정도로 KCGI의 평균 매입단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KCGI의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2만7000원 중후반대로 추정된다.
 
한진칼의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KCGI가 지분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손에 남는 돈은 더 줄어들 수 있다. 16%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면 주가 하락을 부추겨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내다파는 것은 사실상 선택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KCGI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한진그룹과의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의 지분취득으로 조 회장 측이 유리해졌지만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여전히 소액주주의 지분이 많아 KCGI도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한 반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힘의 균형을 맞추려면 수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현재로선 자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 보인다. KCGI가 유리할 때는 자금 유치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겠지만 판세가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그들에게 돈을 더 맡길지는 미지수다. 당장 미래에셋대우에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빌린 200억원의 대출 만기도 다음 달 22일에 돌아온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출만기 연장을 거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며 "지분을 매각한다면 수익이 줄고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반대로 지분 경쟁을 계속하려는 경우도 빠르고 단호한 행보를 보여주는 게 투자 유치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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