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당연한 공짜는 없다
입력 : 2019-06-20 06:00:00 수정 : 2019-06-20 08:16:39
옛 말에 ‘공짜 좋아하다가 큰일난다’는 말이 있다. ‘공것은 써도 달다’, ‘공술 한 잔 보고 십 리 간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등의 옛 속담은 열거하기 입 아프며, 멀리에는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는 러시아 속담도 있다.
 
최근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인다. 일정 수준 이상 재능을 가진 이의 재능을 취약계층의 필요한 곳에 쓴다는 개념일테다. 달동네에 벽화, 집수리, 간호, 공연 등은 요 몇 년 사이 재능기부가 흔해졌다. 한 두 번이야 물질적으로 가진 게 많이 없지만 필요한 곳에 재능 있는 이들의 손길이 뻗친다니 좋은 사례로 보였다.
 
하지만 만연한 재능기부는 봉사를 넘어 공짜로 여겨진다. 벽화 봉사를 예로 들면 분명 도시미관사업으로 재능이 필요한 일인데 정당한 대가를 내고 그리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비전공자는 당연하고 심지어 전공자에 현업까지도 불러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벽화를 그리곤한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수준 높은, 정말로 도시미관의 품격을 높일 벽화는 나올 리 만무하다. 물론 지금있는 벽화가 마음에 안 들면 또 재능기부로 채우면 될 일이다.
 
보상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지는가를 떠나 보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참여자의 자발성이나 만족도도 높게 형성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공존의식을 갖고 참여했더라도 모든 작업은 스트레스와 고생을 수반하는 일이다. 집수리나 벽화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작업은 참여자 뜻대로만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수요자의 요구와 협의 과정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낮은 만족도는 자발적 참여를 방해하며, 결국 일회성 참여 혹은 반강제적 참여로 귀결되는 현실이다.
 
여기 우리가 맞닥뜨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고령자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다. 서울을 포함한 모든 지하철 운영 도시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대중교통은 지원돼야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늘어만 간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엔 정치적 페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재정적 부담만 늘고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린다. 피해는 물론 시민의 몫이다. 도시철도 재정 악화는 도시철도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더디게 하면서 당장의 안전, 그리고 이용 불편 문제를 만든다.
 
두 번째는 현금 복지 논란이다. 서울 일부 지자체에서 특정계층에 현금을 지급하면서 ’현금 복지’가 타당한가, 실효성있나를 두고 논란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지자체가 갈리면서 A동에 사는 대상자는 현금을 받고, B동에 사는 경우는 못 받는 일도 생긴다. 현금 복지를 두고 다툼이 일면서 실제 그 계층이 얼마나 힘들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은 얘기가 됐다.
 
이러면 어떨까 재능기부든, 무임승차든, 현금 복지든 ‘공짜’의 개념을 버리는 것이다. 서양에는 공짜가 아닌 1달러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감사한 일이 있거나 거의 무료에 가까운 행사를 열거나 하는 경우에 그들은 공짜를 내세우지 않는다. 거의 무료에 가깝더라도 1달러를 지불케 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상호 간에 일종의 거래가 성립되도록 한다. 비용의 적절성을 떠나 대가를 지불케 하는 셈이다.
 
우리에게도 1달러 아니 그 비용이 얼마가 됐든 적절한 액수의 돈으로 거래가 성립되면 어떨까. 지금은 
공짜를 당연하게 여기다보니 서로 상대방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여기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엔 대가가 따른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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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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