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 시대, 삼성전자가 열었다?
액면분할 당시 거래정지가 결정적…국내 기관 인식 바꿔놓아
입력 : 2019-06-13 06:00:00 수정 : 2019-06-13 0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오는 9월16일 전자증권 시대가 열린다. 새로운 제도 도입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전자증권제도 시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었다는 후문이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위해 보관 중인 실물주식은 오는 7월말까지 폐기될 예정이다. 이후 실물주식은 권리가 사라진 한낱 종이로 전략하게 된다. 일부 상징성이 있는 실물주식만 기념으로 보관될 예정이다.
 
전자증권제도는 한국예탁결제원이 2017년부터 준비한 제도다.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전자적인 방법으로 증권을 등록,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주식 발행사들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증권실명제를 통한 주주권 행사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33개국은 이미 제도를 도입했다. 가장 먼저 도입한 덴마크(1983년)보다는 무려 36년이 늦다. 미국도 1987년에 국채를 시작으로 전자증권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 중인 실물주식이 오는 7월말까지 폐기될 예정이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이처럼 국내에서 제도 도입이 유독 늦어진 이유는 관련 시스템이 거래매매 중심으로 개발돼 시장 참여자들이 전자증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상 개인의 거래가 활발해, 증권사 등 주요 기관들은 이를 중점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했다. 예탁제도가 발전하자 전자증권이 필요없다고 인식한 것이다.
 
여기에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존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야 해 증권사들이 부담을 느꼈다. 이로 인해 전자증권제도 구축 초기 증권사 등 제도권의 반발이 심했다는 것.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개발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예탁제도 하에서도 매매 잘 되고, 전자증권 없이도 거래가 잘 이뤄지니까 '시장에 지장이 없는데 왜 해야 하냐'는 입장이었다”면서 “이런 인식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전환시킨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작년에 단행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었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로 인해 한 달 정도 주식거래가 정지될 예정이라고 밝히자 기관,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가 나왔다. 만약 전자증권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액면분할 때문에 거래가 정지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아직도 실물주식을 쓰는 후진국이었냐'는 비판이 일었고,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운용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삼성전자 액면분할이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촉매가 돼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고 이로 인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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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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