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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박양우 장관님 이렇다고 합니다
2019-05-10 00:00:00 2019-05-10 00:00:00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 상한제시행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크린 상한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따른다. '6편 이상 동시상영 하는 복합상영관은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같은 영화를 총 상영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선 안된다가 내용이다.
 
중소규모 영화 보호를 통해 영화 산업 균형 발전을 꾀하겠단 의도에서 이 제도는 출발한다. 하지만 원래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단 주장이 있다. 꽤 설득력이 높은 주장이다. 우선 영화 한 편 당 상영 점유율 축소로 다른 영화들의 상영 기회와 관객들의 선택권 보장 발상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 제도를 적용해 보자. 스크린 점유율 90%에 육박했던 수치가 50%로 급감하고 나머지 40%가 다른 영화에 돌아간다. 표면적으론 다른 영화 상영 기회가 늘어나는 것 같지만 반대로어벤저스상영 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요에 따른 공급 법칙으로 극장은 ‘어벤저스’ 상영 일수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어벤저스이후 개봉을 기다리던 영화들은 상영관을 잡지 못해 뒤로 밀리게 되며, 뒤로 밀린 영화도 수요가 충분하다면 상영 일자는 함께 늘어난다. 결과적으로팔리는 영화들에 밀려다양성 영화들은 지금보다 더 상영관을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소재의 다양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상영 일자와 상영 기회가 뒤로 밀리게 되면 중저예산 영화들은 관객 선택을 받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 소재에만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상영 기간이 길어진 대작 영화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소비적 측면 콘텐츠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된다. 결국 영화 산업 자체 하향 평준화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스크린 쿼터제가 작동했던 십 수년 전은 편당 관객 수가 지금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 영화 상영 기회가 보장되자 오히려 콘텐츠 질적 하락이 발생했고 이는 관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선 멀티 플렉스 극장 영향과 영화기술 발달을 함께 고려해야 한단 주장도 있지만, 자유시장 경제 핵심이경쟁력이란 것을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지금의스크린 상한제는 변형된또 다른 스크린 쿼터제에 가깝다.
 
중저예산 영화를 보호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보호 대상을 살리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 쪽을 살리기 위해 한 쪽을 죽여야 하는이율배반적인 정책은 답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중소 영화 제작사와 독립 배급사 자생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 마련이 ‘스크린 상한제보다 현명한 선택이다. ‘스크린 상한제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는 구조이다. 박 장관은 지금은 불을 지르겠다고 하는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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