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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 킹'의 화려한 무대 너머…백스테이지를 엿보다
2019-04-23 00:49:44 2019-04-23 00:49:52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여기가 바로 '라이온 킹'의 백스테이지입니다. 저희가 '벙커'라고 부르는 장소예요."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부산 남구의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저녁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직 관객들이 입장하지 않아 고요한 객석과 달리, 백스테이지는 공연에 활용할 각종 소품과 의상을 챙기는 스태프들의 발걸음 덕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라이온 킹'의 화려한 무대 뒤, 백스테이지의 모습을 엿봤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자주' 퍼핏. 사진/클립서비스
 
무대 뒤에서 탄생하는 '라이온 킹'의 생명력
 
"라이온 킹'에서 볼 수 있는 동물 퍼핏의 종류는 225개입니다. 우리의 일은 공연 중에 퍼핏들이 고장나거나 파손됐을 때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즉각 보수하는 거죠."(팀 루카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퍼핏&마스크 팀장)
 
백스테이지 한켠에 마련된 작업실에서는 이 마스크와 퍼핏에 망가진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작업이 매회 공연마다 반복된다. 작업대에는 조금 전까지도 스태프들이 사용했을 각종 채색 도구와 공구, 보수 작업을 끝마친 퍼핏들이 조심스럽게 놓여 있다. 사자 캐릭터인 '심바'와 '날라', '무파사'의 마스크는 물론이고, 코뿔새 '자주' 퍼핏도 막 보수를 마친 말끔한 모습으로 작업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라이온 킹'에서 '퍼핏(신체 일부와 결합해 조종할 수 있는 인형)'과 '마스크(머리나 얼굴에 쓰는 가면)'는 공연의 가장 핵심적인 소품이다. 배우들이 사바나 동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같은 장치이기 때문이다. 네이슨 스미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컴퍼니 매니저는 "마스크와 퍼핏이 낡지 않은 새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스태프들이 고생하고 있다"면서 "매일 채색과 수리를 해주며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마스크와 퍼핏은 관리하기가 다소 까다롭지만, 그중에서도 '자주'는 몸통 전체를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퍼핏이라 특히 섬세한 관리가 요구된다. '자주'의 무게는 2kg로, 20kg에 달하는 '품바' 퍼핏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마스크와 퍼핏을 지닌 채 연기해야 하는 만큼 가벼운 소재를 선택하는 데도 신경을 기울였다고. 이미 20년 전 초창기 마스크를 제작할 때부터 당시 최첨단 소재였던 탄소섬유를 활용해 무게를 최소화했다. 루카스 팀장은 작업실 곳곳에 세워진 마스크들을 가리키며 "여기 있는 마스크들은 각 배우의 머리에 딱 맞게 제작됐다. 골절 등의 치료를 위해 쓰이는 테모플라스틱(열가소성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무파사' 마스크
 
공연을 2시간 앞두고 백스테이지 여기저기서 몇몇 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줄넘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어 공연 주제가를 배경 삼아 출연 배우 전원이 무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공연을 앞둔 몸풀기다. 
 
'벙커'로 불리는 백스테이지는 이미 공연에 필요한 모든 의상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상태다. 스미스 매니저는 "각 배우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어디서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의상을 교체할 때는 15명 정도의 드레서가 도와주는데, 짧게는 1분30초에서 2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라이온 킹' 제작진은 앙상블 배우의 분장을 빠르게 고치기 위해 '스텐실' 방식을 고안하기도 했다. 특정 형태의 그림을 미리 준비한 후, 그 구멍에 물감을 칠해 그림을 찍어 내는 기법이다. 스미스 매니저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배우들이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고치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주연 배우는 준비하는 데 평균 4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앙상블배우는 짧게 3분 안에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대라는 '직소 퍼즐'을 짜맞추는 사람들
 
드림씨어터 상부 그리드. 사진/드림씨어터
 
'라이온 킹' 제작진은 해외 투어를 돌 때도 무대 장치를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이 짐을 운반하는 데만 27개의 컨테이너가 필요하다. 이렇게 옮긴 장치로 무대를 완성하는 데만 8~10일이 걸리고, 철수하는 데는 1~2일이 걸린다. 스미스 매니저는 이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직소 퍼즐'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라이온 킹'의 한국 투어 마지막 장소인 부산 드림씨어터의 경우, 스태프들이 이 과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드림씨어터는 '라이온 킹'의 부산 공연 일정에 맞춰 이달 개관한 뮤지컬 전용 극장이다.
 
김정현 드림씨어터 운영대표는 "'라이온 킹'의 디즈니 쪽 스태프들이 대구와 서울을 거쳐 저희 극장에 왔는데,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어떤 공연이든 잘 받아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자신했다. 작업자들이 무대를 설치할 때 이용하는 '캣워크'를 좀 더 안전하게 설계하고 전동 장치를 설치한 것도 스태프들의 애로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다. 특히 신생 극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유독 깔끔한 캣워크를 소개하며 "어느 공연장이든 캣워크나 그리드가 얼마나 잘 정리됐는지를 보면 그 공연장의 군기가 보인다.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공연장 최상부에 위치한 '그리드'와 '배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각종 무대 배경과 소도구, 조명을 달아 띄우는 무대 장치로, 견딜 수 있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무대 연출에 활용하기 좋다. 김 대표는 "보통 배튼이 60개 정도면 대극장 작품은 다 받아낼 수 있는데, 가능하면 많은 세트와 조명, 스피커를 매달아야 하기 때문에 배튼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드림씨어터에서는 배튼 80개를 쓸 수 있고, 1개당 최대 1000kg까지 매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숨은 노력과 무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공연의 성패는 결국은 관객들에게 달려있기 마련이다. 평생을 공연장에서 살아온 김 대표가 드림씨어터를 짓는 과정에서 고심한 부분도 바로 관객석이었다. 그는 "모든 관객들이 VIP석에 앉아서 보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관객들도 있다"며 "6만원짜리 티켓이든, 17만원짜리 티켓이든 무대를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연장 1~3층 중 가장 많이 고민한 객석은 가장 뒷자리인 3층이다. 객석에서 무대를 보는 시야가 조금이라도 가려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숨겨진 서라운드 스피커를 통해 수준 높은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무대의 직소 퍼즐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손길 아래 비로소 완성된다. 
 
THE LION KING -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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