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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10년째 기다리다가 지붕 다 내려 앉았다"
서울시, 백사마을 재개발 또 보류…10년간 계획 표류하는 새 '슬럼화' 극심
2019-04-22 00:00:00 2019-04-22 00: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붕이 내려앉아 죽을뻔 하거나 지붕 고치다가 떨어져 죽는 사람도 있었어요. 안전 때문에 조기 이주 신청을 받아야 할 정도라니까요." (황진숙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서울 마지막 달동네'인 백사마을 재개발 계획이 최근 보류됨에 따라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백사마을 재개발' 건은 벌써 10년째 말만 무성했지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다.
 
21일 서울시와 노원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중계본동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정비계획 변경·경관계획(안)'을 보류했다. 이 사업안은 중계본동 30-3 일대 18만6956㎡의 노후 주택들을 철거해 분양 아파트 1982세대를 건설하고 3층 내외 저층형 임대주택 698세대를 짓는 내용이다.
 
쟁점이 된 사안은 분양 주택의 층수였다.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지역 주민 등은 아파트 높이를 20층 7개동, 평균 12층 18개동으로 설정해서 도계위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이번 도계위는 20층 높이가 주변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대안 2가지를 내놓으며 서로 비교해 계획안을 보완하라는 지침을 내놨다. 대안들은 최고 15층에 평균 12층, 최고 12층에 평균 7층으로, 사업성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고 20층과 최고 15층이 경합하는 셈이다.
 
주민들은 사업성과 편의성 등에서 15층이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사업성을 위해서는 현 세대를 유지해야 하고, 층수가 낮아진 상태에서 세대수를 유지하려면 건물 사이가 너무 좁아진다는 이야기다.
 
재개발 사안의 10년 표류에 지친 주민들은 서울시와 각을 세우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번 보류로 인한 초조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모양새였다. 황진숙 '중계본동주택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집주인이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지붕이 내려앉는가 하면, 지붕 고치다가 떨어져 죽는 사람도 있었다"라며 "안전을 위해서 법정 절차가 되기 이전에 조기 이주 신청을 받을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세입자들도 끝 모를 '재개발 표류'에 불안하다.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 마련이 재개발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20년 거주했다는 홍덕수(64)씨는 "우리 집은 지붕에서 물이 새고 다른 집은 무너지고 있다"며 "10년 전부터 (재개발)된다고만 했는데 안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백사마을은 낙후된 정도가 극심해보였다. 특히 공가를 중심으로 담벼락을 무너진 집 투성이었고, 지붕 위를 천으로 덮은 주택들도 보였으며, 천막으로 지붕을 덮으라는 광고도 보였다.
 
주민들의 민원을 가장 먼저 접촉하고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노원구도 입장은 대동소이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도계위 당일에 서울시청을 찾고, 방문 소감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정도로 절박함을 표현한 바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다른 재개발 사업장보다 진척도 느린데다가 자고 일어나면 (구조물이) 픽픽 쓰러질 정도로 슬럼화가 가속화돼 걱정"이라며 "다음에는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공사·노원구·주민대표회의는 기존 안보다 높이를 낮추면서도 사업성 등을 충족하는 안을 찾아 오는 5월15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다음 도계위에 다시 낼 계획이다.
 
지난 19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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