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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안 불편한 미세먼지 대책은 없다
2019-04-17 06:00:00 2019-04-17 08:15:34
"중국이 원인인데 엉뚱한 짓을 또 하네."
 
미세먼지 기사 밑에는 어김없이 이런 댓글이 등장한다. 온 국민이 미세먼지 전문가가 되면서 '안방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답게 오염물질을 내뿜고 있으며, 이는 편서풍을 타고 국내로 넘어온다.
 
명쾌한 '안방발' 대책과 달리 중국은 세계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겨룰 정도의 대국으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부간의 논의도, 학자들과의 토론도,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협의도, 우리 생각처럼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지난 겨울은 ‘3한4미(3일 춥고 4일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고, 지난달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시행되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맞이했다.
 
중국 대책에만 의존하다보면 우리는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 일주일 내내 미세먼지 재난문자가 계속돼도 할 수 있는 일은 마스크 쓰는 일뿐이라니. 하지만, 각종 연구를 봐도 미세먼지의 국외요인은 절반을 넘나들 뿐이다. 물컵에 물이 반이나 찼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반 밖에 차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불편을 조금 감수하고 우리 일상을 바꾸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미 일정부분 효과를 거둔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좋은 예다. 일찍이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서울시는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공사장 건설기계 저공해화, 시내버스 CNG 전환 등을 시행하고 미세먼지 특별법 통과 등을 견인했다.
 
덕분에 지난 3월 고농도 미세먼지 대란 당시 서울은 다른 경기·인천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먼저 회복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당시에도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기·인천보다 가장 먼저 회복됐다. 중국(국외)발 미세먼지 유입에 대기 정체가 만난 상황에 국내발 미세먼지가 더해져 고농도 미세먼지 대란을 불러온다는 공식을 일부분이나마 깬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10대 그물망 대책'이란 이름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더했다. 배달용 오토바이 전기이륜차 전환, 경유마을버스 전기차 전환, 어린이 통학차량 친환경차 전환,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확대, 공동주택 미세먼지정화장치 의무화 등 모두 시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조치다. 또 도심 녹색교통지역에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주민에겐 대체교통수단 이용을 지원한다.
 
이미 해외에서도 차량 오염원 배출을 줄이고자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 공해차량 운행제한제도를 시행 중이다. 영국 런던은 무려 2008년부터 유럽에서 가장 넓은 1500㎢에 공해차량 운행을 제한하며, 경유차에서 나아가 휘발유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도 2009년부터 베이징 주변으로 운행제한지역을 단계별로 확대하고 있으며, 5개년 청정대기행동계획에 따라 차량운행제한, 차량2부제, 등교 연기, 자동차 등록대수 제한 등을 시행했다.
 
미세먼지를 불편함없이 한 방에 줄일 수 있는 ‘원샷 대책’은 없다. 미세먼지는 중국이나 발전소때문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며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 속 오염이 미세먼지를 불러왔다면, 하루속히 사회적약속을 바탕으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일상을 바꿔야 한다. 아직 우리에겐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박용준 사회부 공동체팀장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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