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고교 무상교육, 할 때 됐다
입력 : 2019-04-12 06:00:00 수정 : 2019-04-12 06:00:00
최근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두고 '총선용'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는 2020년에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후 1년 앞당겨 올해 고3부터 도입한다는 계획이 타겟이 됐다. 선거법이 개정돼 내년 총선에 18세부터 투표하는 상황을 노렸다는 이야기다.
 
얼핏 일리 있게 들리나, 따지고 들어가면 부자연스러운 면이 더 많아 보이는 주장이다. 선거법 개정은 패스트트랙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 정국 구도상으로는 어려워진 분위기다. 게다가 고3부터 도입하는 방안은 정책 안정성과 '최대 수혜' 모두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고1부터 도입해 1년마다 한 학년씩 올라가면 현재 고2와 고3은 무상교육을 전혀 체험하지 못한다. 반대로 고3부터 적용해 한 학년씩 내려오면 고등학생 전부가 체감할 수 있어 수혜 범위가 넓다. 처음부터 모든 학년에 도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정책 추진도 가능하다.
 
도입을 앞당겼다는 비판도 논리가 강고하지 않다. 단기적으로 보면 1년 조기 시행이 불안해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고교 무상교육은 OECD 36개국 중 제일 늦었다. 비교적 최근인 멕시코가 지난 2012년으로 한국보다 7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되면 '지각' 도입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어떻게 보면, '고3부터 조기 도입'이 선거용이라기보다는, 고교 무상교육 그 자체가 선거용이라고 주장하는 게 더 타당할 수 있다. 교육부가 2017년 학부모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률이 86.6%나 됐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을 한다고 학생의 학습량이 변하지는 않지만, 학부모의 가계 부담은 1년에 160만원 줄어든다. 1년에 수업료 미납 학생이 공립고에만 1만5000명이나 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학을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공공 지원을 받을만큼 충분히 가난하지도 않고, 교육비를 대줄만큼 충분히 좋은 직장에 다니지도 못하는 서민 학부모는 더더욱 좋아할 일이다. 학비 부담이 충분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무상교육이 표가 되는 건 아닐까.
 
필요성이 공감을 얻은만큼 이번 정책은 장애물을 제거하며 순항해야 한다. 특히 재원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아직 세워지지 않은 5년 뒤 재원 마련 대책을 수립하고, 비용 부담에 불만 있는 교육청을 설득하는 과제를 끝까지 완수하길 바란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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