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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상’ 천우희, 압도적이고 독보적인 ‘대체불가’ 존재감
“이 배역 도대체 누가할까, 그런데 결국 내가 할 줄”
“워낙 쎈 캐릭터, 고 김주혁 죽음까지 겹치며 슬럼프”
2019-03-24 00:00:00 2019-03-2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영화 써니의 본드걸로 이름을 날렸다. 그보다 앞선 영화 마더에선 강렬한 노출이 포함된 연기를 소화했다. 영화 손님’ ‘곡성에선 웬만한 여배우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의 파격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무엇보다 이 배우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작품은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였다. 앞서 언급된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반항적이고도 쎈 이미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한없이 약하고 한없이 맑으며 한없이 깊은 심연의 내면을 담고 있는 상처 받은 여학생의 모습을 극한의 세밀함을 완성시켰다. 이 작품으로 그는 국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의 눈물 섞인 수상 소감은 지금도 회자 될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른바 쎈캐전문 배우란 사실 그리 달갑지 않은 타이틀이 배우 천우희 앞에는 항상 붙는다. 물론 알고 보면 이 배우의 섬세함과 여성스러움은 진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배우가 도대체 왜 그렇게 쎈 이미지로만 감독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것일 것. 오죽하면 한공주를 만든 이수진 감독은 신작 우상련화캐릭터를 두고 천우희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했을까. 주인공 천우희를 통해 들어봤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배우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천우희와 만났다. 그는 이 영화에서 조선족 출신의 최련화란 인물로 등장한다. 누구라도 탐을 낼 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쉽게 출연 제의에 응할 만한 캐릭터도 아니었다. ‘우상에 함께 출연한 배우 설경구는 방송 출연과 여러 인터뷰에서 한국영화에서 전무후무할 여성 캐릭터라고 소개한 바 있다. 결국 이 캐릭터는 천우희에게 돌아갔다.
 
사실 감독님이 처음에 저에게 출연 제의를 하신 게 아니에요. ‘한 번 볼래?’라며 모니터링 개념으로 주셨어요. 저 역시 모니터링한단 생각으로 읽었죠.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좋은데요라고 말씀 드렸죠. 그리고 덧붙인 말이 있어요. 하하하. ‘근데 이거 누가 할까요? 쉽지 않을 거 같은 같은라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그치? 그럼 네가 할래?’라며 절 떠보시는 거에요(웃음). 뭐 그렇게 출연하게 됐어요. 하하하.”
 
쉽게 말하면 낚였다는 표현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 감독은 최련화캐스팅 순위에 천우희를 올리지 않았단다. 천우희의 연기력이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아니었다. 전작 한공주에서도 함께 했고 천우희가 쎈 이미지의 캐릭터만 계속하는 것에 우려를 보냈었다고. 하지만 천우희의 모니터링처럼 여배우들이 쉽게 도전하기 힘든 배역이었다. 일부 여배우는 이 배역 캐스팅에 실제로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고.
 
배우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우선 눈썹을 밀어야 되요(웃음). 4개월은 눈썹이 없는 상태로 생활했죠. 근데 촬영이 길어지면서 계속 밀었어요. 이게 눈썹이 다 나으려면 한 달 반 정도가 필요하더라고요. 저도 좀 투정을 부렸죠. 하하하. 나중에는 감독님도 같이 미셨어요. 진짜로요(웃음). 사실 출연 결정을 하고 잘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점점 련화에게 잠식 당했다고 할까. 예전에는 후유증이란 게 없었는데 이번엔 좀 쎄더라고요.”
 
촬영 기간이 처음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감정 유지도 사실 쉽지 않았을 터. 더군다나 영화에서 련화는 명회(한석규) 중식(설경구)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다. 때문에 각각의 배역과 호흡하는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도 프로 배우이지만 여건 곤욕스럽지가 않았다. 물론 연기력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우희라면 얘기는 달랐다.
 
뭐 저야 일이니깐 어쩔 수 없죠(웃음). 한 번은 한석규 선배님이 너무 불태워서 꺼지는 거 아니냐라고 걱정도 해주셨어요. 혹시 제가 제 풀에 꺾여서 포기할까 봐 걱정해 주신 거 같아요. 사실 전 배역과 생활을 잘 구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후유증도 그리 많지는 않은데. 주혁 선배님 일도 함께 겪다 보니 좀 자기 연민이라고 할까. ‘내가 뭘 위해 이러나싶은 생각도 들었고. 눈썹이 없이 혼자 집에서 지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런 감정이 련화와 좀 맞닿아 있는 느낌도 들어서 연기로 끌어 왔죠.”
 
배우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이미 한 번 경험한 이수진 감독이다. ‘한공주를 통해 제대로 작업을 해본 천우희는 대선배인 한석규 설경구에 비해 이번 현장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단다. 물론 두 선배는 이 감독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품 후유증을 겪지 않는 천우희도 이번만큼은 달랐다고 했으니 그 집요함에 체력도 바닥 났을 터였다.
 
하하하. 감독님의 그런 점은 이미 경험해 봐서 알죠. 근데 저도 한 집요함 해요(웃음). 전 촬영 테이크가 늘어갈수록 오히려 호기심이 더 생기는 타입이에요. ‘감독님의 의도가 더 잘 파악이 되니까요. 영화에서 콘테이너에 갇힌 장면은 5일 동안 찍었어요. 그럼 감독님의 집요함을 대충 아시겠죠(웃음). ‘곡성의 나홍진 감독님이 불이라면 이 감독님은 물이에요. 나 감독님이 배우 개개인의 특성 파악을 잘 하신다면 이 감독님은 보여주세요. 연기를 직접 해주세요(웃음). 물론 공통점은 순간적인 걸 아주 잘 잡아 내주세요.”
 
천우희의 거의 모든 연기 내공이 쏟아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품성과 완성도 측면에서도 상당한 호평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 당시 예상 밖의 불만이 쏟아졌다.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단 점이었다. 특히 조선족인 련화의 대사는 자막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물론 잘 들리지도 않고 너무 빨랐다. 이런 점에 천우희는 다소 속상하단 속내도 전했다.
 
배우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속상하죠. 우선 우상은 대사에 큰 의미가 없어요. 스토리의 정보가 거의 없어요. 그리고 대사가 잘 안 들린단 지적은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도 있으신 것 같아요. 그건 감독님의 영역이니 제가 왈가왈부 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조선족 말은 크게 두 가지나 나와요. 옌변말과 하얼빈말인데. 둘이 많이 틀려요. 너무 현지식으로 하면 진짜로 거의 못 알아 들어요. 그래도 한국식으로 좀 많이 변형했는데. 영화에선 평소에 옌변말로 하다가 중요한 자리에선 하얼빈말로 하고 그래요. 왜 그러냐고요. 스포일러인데(웃음).”
 
천우희의 실제 성격은 상당히 여성스럽고 조용조용하다. 반면 그가 지금까지 출연해 온 영화 속 배역들을 보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웬만한 여배우는 엄두도 못 낼 쎈 캐릭터뿐이다. 그래서 그를 아끼는 동료 배우들이나 연출자들은 그의 작품 활동에 걱정을 하기도 한다. ‘우상출연 역시 그와 가까운 지인들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었단다.
 
배우 천우희. 사진/CGV아트하우스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사실 많기는 해요. 근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나만 할 수 있는 거잖아란 생각도 들어요. 자부심도 느껴지고. 그리고 연기할 때만큼은 성향이 그런지 그런 쎈 캐릭터를 소화하면 쾌감도 커요. 물론 왜 나는 이런 힘든 배역만 올까란 생각도 들기는 하죠. 나도 말랑말랑한 배역도 하고 싶고 그런데. 근데 어쩌겠어요. 취향이 그런데. 하하하. 제가 좀 영악하지 못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가봐요(웃음). 다음에도 이수진 감독님에게 이 오면. 당연히 해야죠.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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