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사바하’ 장재현 감독, 그의 시선 속 선(善)과 악(惡)
“우리 주변의 불필요한 억울함…신의 무기력함 의문”
“집착이 ‘악’ 만들지 않을까…히틀러도 처음엔 순수”
2019-02-22 00:00:00 2019-02-2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모든 것은 밸런스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한쪽이 존재하기 위해선 다른 한쪽이 반드시 존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선과 악은 동시에 존재를 해야 이 되고 으로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밸런스의 균형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랬다. 이번 사바하에서도 그랬다. 기본적으로 에 대한 형상화에 접근하고 질문을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 존재하고 그 일 것이란 기본적인 전제에서 출발한다. 모태 신앙으로서 또 유신론자로서 그리고 신은 선의 존재라고 믿고 싶다는 본인 자체의 생각에서 모든 얘기는 출발했다. 과연 신이 존재한다면 왜 세상은 이렇게 무기력한 상황의 연속이 버젓이 일어나고 진행되는 것일까. 그는 본인 개인의 종교적 관점에서 일종의 딜레마를 겪으며 이번 얘기를 구상했단다. 장재현 감독이 말하는 사바하의 시작과 끝은 이랬다.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21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 ‘사바하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의외의 모습을 선보인 바 있는 그다. 그 얘기에 우선 쑥스러운 듯 멋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워낙 고민이 많았고 걱정이 많았다.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혹은 2번째 작품에서 실패하는 징크스)에 대한 걱정보단 사바하를 상업적 테두리 안에서 잘 소화해야 한단 강박관념이 더욱 컸던 듯싶었다.
 
제가 영화를 만드는 직업이기에 새운 한 가지 좌우명이 있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남들이 극장에 와서 보고 싶은 걸 만들자는 게 제 감독관이자 직업관이에요. 원초적으론 거기서 이 얘기가 출발했죠. 이런 얘기가 나오면 궁금해서 극장에 가서 보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요. 그리고 주변 의견도 많이 듣고, 그런 상황이 얼추 조합이 되면 관객 입장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죠. ‘사바하도 그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모태 신앙인으로 그는 단편부터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그리고 이번 사바하까지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이어오고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는 원론적인 흥미에 접근해 관심을 두고 있던 지점이 헤롯왕과 동방박사 이야기다. 예수 탄생 부분에서 무언가 불합리한 지점을 느끼고 있었다고. 종교적 가치관을 흔드는 것이 아닌 직업적 관점에서 스토리의 창작이 발동된 것이다.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잘못하면 우리 교회 목사님에게 혼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 성경을 보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예수 탄생 부분을 보면 굉장히 영화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대로 너무 불합리한 부분도 많다고 봤죠. 아기 예수 탄생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됐어요. 전 기본적으로 권선징악을 믿어요. 하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불필요한 억울함이 발생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신의 무기력함이 느껴지기도 했죠.”
 
장 감독은 기본적으로 모태신앙이기에 신의 존재를 믿는 유신론자임을 분명히 했다. 신의 무기력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에겐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명제가 있었다. 이제 질문은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신의 존재가 선인가 악인가. ‘사바하에서도 이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가 말한 밸런스의 측면에서 신은 분명히 어느 한 쪽이어야만 한다.
 
전 기독교인이에요. 기독교에서 신은 자비로운 자애로운 모습이죠.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몸에 습득되고 체득돼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그래서 이번 영화에 불교적 시각을 가져왔어요. 솔직히 불교 철학에 젖어 있던 시기가 있었죠.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불교에선 악이 없어요. 관점이랄까. 인도 불교를 보면 전부 악신만 존재해요. 하지만 수행과 깨달음에 따라서 전부다 변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지점이 저의 작가적 욕구를 건드리더라고요.”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어떤 영화에서도 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사바하에선 주인공 박웅재 목사의 번민에서 출발한다. 기독교에 귀의한 목사 신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의 존재에 의문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선의 영역에 있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악의 영역에 있는 사이비 종교를 하나 둘 찾아내 부셔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세계를 만들어 낸 장 감독의 시선에서 악이 궁금했다.
 
아마도 집착을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그걸 무엇이다라고 규정할 깜냥도 안되지만(웃음). 유신론자이자 기독교인이 아닌 그저 사람 장재현으로서의 입장이라면 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더 봐야 할 듯싶어요. 그 비극적 상황을 우리는 악이라고 대부분 부르는 것 같고. 실제로 히틀러도 시작은 상당히 선의 영역에서 출발했잖아요. 하지만 그게 맹목적으로 흐르다 보니 악으로 치우친 거고.”
 
장 감독은 이 영화의 주된 감성이자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불교적 관점에서 악을 더 설명했다. 무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교 관련 서적과 실제 스님들을 만나면서 취재를 하고 자료를 조사했다. 그 속에서 묘한 지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됐단다. 그가 이날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밸런스도 불교적 시각에서 비롯된 듯 싶었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악과 불교적 시각으로서의 악의 관점은 분명히 달랐다.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굉장히 원론적이고 심도 있는 질문이신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그걸 감히 말씀 드릴 깜냥도 아니고(웃음). 이 영화를 만든 연출자로서의 입장에서 두 종교가 바라보는 악을 설명하자면 기독교는 정말 정확해요. 선과 악을 나누는 게. 하지만 불교는 없어요. 단 불교에선 포식자란 단어를 쓰시더라고요. 모든 게 균형이고 밸런스다. 상생이다. 쉽게 말해 내가 오늘 커피 한 잔을 먹는다. 난 한 잔만 먹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두 잔을 먹으면 나머지 한 잔을 먹어야 할 누군가는 못 먹는거죠. 욕심 포식. 이런 거에요. 일종의 집착. 이 지점이 해결이 되니 영화의 줄기가 나오더라고요.”
 
사바하의 세계관에서 일종의 키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는 티벳의 예언가이자 고승 네충텐파에 대한 부분은 장 감독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다. 우선 이 인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란다. 영화 속 이름과 비슷한 네충쿠텐으로 엄청난 예언가라고. 지금도 생존해 있고 일년에 1~2차례 국내를 방문한단다. 국내 밀교 종단인 진각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네충쿠텐 관련 얘기는 정말 흥미로웠죠. 실제로 존재하는 분이 맞아요. 영화에서처럼 대예언가죠. 네충이 우리말로 표현하면 귀신이에요. 쿠텐은 스님이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아주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아요. 티벳에 가면 그 분이 주지스님으로 있는 네충사란 절도 있어요. 우리로 치면 거의 불국사 같은 규모의 절이죠. “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전작 검은 사제들은 캐릭터 위주의 스토리이고 구마 의식 자체도 할리우드의 오컬트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장면들이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돼 있었다. 반면 사바하는 상황 위주의 스토리이며 이란 질문에 더욱 근원적으로 접근돼 있었기에 다소 난해하게 느낄 지점도 많다. 또한 영화 속 결말에 해당되는 두 인물의 근본적 연결 지점도 흥미로웠다. 이 연결이 장 감독이 말하고 질문하는 에 대한 질문의 완성처럼 느껴졌다.
 
먼저 검은 사제들 60씬 정도였어요. 반면 사바하 160씬이나 되요. 타격감이란 감성자체에선 좀 다를 거에요. ‘사바하는 주인공이 없는 영화이니. 어떤 굵직한 걸 던지잖아요. 그 굵직함이 영화 속 마지막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연결 지점이기도 하고. 그게 아마도 밸런스인 것 같아요. 서로의 운명이자 천적 같은 관계. 영화의 결말이라 정확하게 설명드리기는 뭐하지만 권선징악으로 마무리가 되잖아요. 하지만 전 이걸 슬픈 권선징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작 검은 사제들그리고 두 번째 사바하를 통해 신과 인간에 대한 거대 담론의 질문을 던진 장재현 감독이다. 단 두 작품으로 이런 심도의 질문을 던진 이 연출자의 세 번째가 너무 궁금해진다. 아니 사실 좀 걱정이 됐다. 더 이상 이 정도 이상의 무엇을 던질 것이 남아 있을까.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찾아봐야죠. 다시 접근해 봐야죠. 제가 두 작품을 통해 던진 질문의 완성이 이뤄지는 날 아마도 제가 영화를 그만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그런 날이 아주 늦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세 번째 영화에서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은 이어갈 듯싶어요. 하지만 지금보다, 앞선 두 작품보다 규모는 더 작게 끌고 갈 예정입니다. 물론 체격은 작아지지만 깊이는 더욱 파고 들 생각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