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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대 이름은 장미’ 유호정 눈에 들어온 따뜻함
2019-01-21 00:00:00 2019-01-21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990년대 책받침 스타였다. 지금의 40대 남성들에게 유호정은 여신 중 한 명이었다. 그 시절 여배우 최고의 명예로 불리는 책받침 스타로서 유호정은 최고 인기를 달렸다. 그리고 안방 극장을 주름 잡았다. 배우 이재룡과 결혼 발표와 함께 점차 잊혀졌다. 세월의 흐름도 있었지만 어느덧 작품 속에서 조금씩 거리를 두고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리고 2011년 영화 써니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유호정을 기억하던 중년의 팬들은 그의 모습에 열광했다. 다시금 샘솟은 인기의 탄력을 바탕으로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나고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를 통해 다시 한 번 스크린 컴백을 알린다. ‘책받침 스타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이건 유호정이어야만 하는 스토리였다. 유호정은 활짝 웃었다.
 
배우 유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유호정은 긴장하고 있었다. 1991년 데뷔한 28년 차의 베테랑 중견 배우이지만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는 언제나 긴장감이 넘치고 두근거린단다. 엄마 역할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특별한 엄마 역을 맡았다. 남편이 없이 홀로 자식을 키우는 엄마 역이다. 자신의 실제 엄마도 그랬기에 남다르고 특별하고 긴장하고 있던 듯싶다.
 
엄마 생각이 정말 많이 났어요. 우리 엄마도 이랬었구나 싶은 게 촬영하면서 정말 많았어요. 올해 제가 쉰 살이 됐는데 아직도 그래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많이 떨려요. 그나마 다행인건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주변 반응을 보니 좀 다행이다 싶어요. 따뜻하고 밝은 기운이 많은 영화여서 참 좋았는데 그런 점이 많이 부각된 거 같아서 기분 좋아요.”
 
그는 앞서 말한 엄마 얘기를 가장 먼저 했다. 실제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래서 더 기억도 나지만 자신은 그렇게 살가운 딸이 아니었기에 기억이 더 난단다. 지금 자신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지만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구나싶었던 적이 꽤 많았단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감정이 정말 많이 들었단다.
 
배우 유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나는 지금 어떤 엄마인가란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죠. 반대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우리 엄마가 살던 그 시대를 살아간 모든 엄마들이 다 힘드셨잖아요. 저희 엄마도 그랬고. 영화에서 제가 연기한 장미가 딸을 혼자 키우며 고생을 하는데. 정말 많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희 엄마가 딱 그랬거든요. 혼자 딸 둘을 키우신 엄마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이 나이가 되니 이제 아주 조금 알겠더라고요.”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한 유호정은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이자 심정도 전했다. 딸이 아직 중학생이라 엄마의 손길이 조금은 더 필요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느낀 점도 많았단다. 배우이자 동료이며 남편인 이재룡과의 결혼 생활로 자신의 배우 커리어를 좀 더 지켜갈 수 있는 점도 고맙단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렇게 활동을 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좋아했다. 물론 이 작품을 만나기 위해 써니이후 8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남편이 많이 도와줘요. 같은 직업이다 보니 이해를 해주는 것도 많고. 서로 작품이 들어가면 한 사람은 집안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전 후배들이 같은 직업의 사람과 결혼을 고민하면 추천해요(웃음). ‘써니이후 8년이 걸린 건 좀 따뜻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요즘 너무 자극적인 것만 부각이 되는 것 같아서 부담이 됐어요.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좀 있었는데 너무 저와는 안 맞는 얘기들이 많았죠. 강한 얘기를 하고 나면 그 촬영 기간 동안 그 감정으로 지내야 하는 게 엄두가 안나요(웃음). 이런 소소한 재미를 기다렸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지금 전.”
 
배우 유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남편의 응원과 외조 그리고 따뜻하고 소소한 재미의 작품을 기다린 끝에 얻어낸 그대 이름은 장미이다. 극중 유호정이 연기한 홍장미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가수의 꿈도 포기한 열혈 억척 엄마다. 유호정 역시 배우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다. 남편의 외조 덕분에 배우 커리어를 지켜가고 있지만 실제 삶 속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엄마와 배우의 경계선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듯 싶다.
 
하하하. 사실 전 그 경계가 없어요(웃음). 남편과 번갈아 가며 활동을 해와서 큰 문제 없이 지금도 활동이 가능한 것 같아요. 배우란 직업이 출퇴근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촬영이 없으면 온전히 집에서 아이들에게 집중 할 수도 있고. 지금은 아이들이 좀 커서 손이 덜 가지만 어릴 때도 무리가 없었어요. 지금도 집에서 촬영 나가서나 그러면 아이들이 당분간은 엄마 연예인이네라면서 놀려요(웃음). 물론 쉽지는 않죠. 그래서 워킹맘들이 전 대단한 거 같아요.”
 
써니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도 후배들과 함께 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하연수와 딸로 등장한 채수빈 그리고 이원근 최우식 등 까마득한 후배들과 함께 했다. 언론 시사회와 인터뷰에서도 후배들은 하나 같이 유호정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유호정은 어떤 선배일까. 엄마 같고 누나 같고 언니 같은 선배로서의 유호정은 후배들에겐 최고란 말로만 전해진다.
 
배우 유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아이고 걔들이 왜 그런데요 하하하(웃음). 요즘 어린 친구들 보면 정말 다들 너무 잘해요. ‘써니때도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잘한다는 걸 느꼈는데. 저야 정말 얼떨결에 데뷔를 하게 돼서 지금 어린 친구들을 받는 트레이닝? 그런 건 꿈도 못 꿀 시기였어요. 정말 야무지게 연기를 잘해요. 너무 예쁘고 잘하고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정말 다들 너무 잘했잖아요. 하하하.”
 
사실 그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 8년 전 출연한 써니와 비슷한 콘셉트를 떠올릴 법한 지점이 많았다. 더욱이 자신이 출연하면 자연스럽게 써니를 떠올릴 것 같았다. 너무 하고 싶었지만 되려 자신의 출연이 좋은 작품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됐었다고. 가장 걸림돌이었단다. 물론 감독의 설득과 마음을 고쳐 먹고 출연을 결정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그게 사실 가장 걸림돌이었어요. 내가 출연하면 자연스럽게 써니를 떠올릴 텐데, 감독에게 괜찮겠어요?’라고 되려 물어봤으니. ‘써니가 찬란했던 과거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면 그대 이름은 장미는 엄마란 큰 주제가 있잖아요. 감독의 말에 믿고 따라 갔죠.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촬영을 하면서 그래도 상관없겠다싶었죠. 스토리와 감정선 자체가 너무 다르니깐(웃음).”
 
배우 유호정. 사진/리틀빅픽처스
 
그는 앞으로도 영화에 대한 출연 욕구를 더욱 드러낼 예정이란다. 너무 자극적인 스토리만 아니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몇 년 전 본 영화 한 편이 기억에 남는다며 차기작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을 언급했다. ‘이 기사를 보시고 감독님들이 실제로 주시면 좋겠다며 웃는다.
 
“2년 전 파리로 가는 길이란 영화를 봤어요.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저런 작품이면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중년의 로맨스 같은. 진짜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남편이요? 에이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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