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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태양광은 원자력발전소만큼 위험할까?
태양광, 모래와 같은 성분인 실리콘이 주 원료…모듈은 세제 아닌 물로 세척
2018-12-17 16:38:46 2018-12-17 16:38:46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검증안 된 대규모 태양광에 우리 아이들이 아파가요."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시청앞. 학부모로 보이는 시민 6명이 '태양광발전소 건설 반대' 라는 피켓을 들고 서울시에 태양광 설치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독성물질을 뜻하는 해골 기호가 새겨진 현수막을 등지고 있었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대변되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반환경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보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호로 내걸며 태양광 확대 정책을 폈던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또 독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며 태양광 설치를 독려하는 흐름과 비교해도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태양광은 정말 반환경적인 에너지원일까.
 
태양광 패널, 중금속 범벅?…"기초원료인 실리콘, 모래와 거의 같은 성분"
"태양광 패널은 생산과정에서 카드뮴과 납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첨가하기 때문에 토양과 수질이 오염된다." 태양광이 친환경과 거리가 먼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기초원료를 비롯해 생산과정 전반에서 독성이 강한 중금속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태양광 패널에 중금속 물질인 카드늄이 포함된 것은 사실일까. 답은 아니오이다. 국내에선 카드뮴과 텔레늄을 포함한 박막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을 뿐더러 보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태양광제조사들은 실리콘을 이용해 패널을 생산한다.
 
태양광발전의 기초소재인 실리콘은 규소로 모래와 성분이 거의 같을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다. 화학용어사전에 따르면, 정식 원소명은 규소지만, 반도체와 공업분야에선 규소로 부르지 않고 영어 원문인 실리콘을 그대로 쓴다. 지각 내 존재량을 뜻하는 클라크수는 산소에 이어 2위로 27.6%의 비중을 차지한다. 벼·대나무·속새풀 등을 포함해 규조류, 동물의 깃털·발톱, 해면 등에도 함유돼 있다. 실리콘은 화장품과 각종 산업 기자재, 최근 독성물질 파동으로 기존 생리대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생리컵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원료로 쓰인다. 또 기술혁신의 상징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명칭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에서 따왔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다.
 
태양광 모듈을 만들 때 투입하는 납 역시 극소량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납 함유량은 리터당 0.064~0.541mg다. 이는 폐기물 관리법 시행 규칙이 정하고 있는 납 지정폐기물의 함유량 기준인 리터당 3mg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납 이외에도 카드뮴, 수은, 셀레늄, 비소, 크롬 등 중금속 함유량이 법정기준 미만이라는 결과를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태양광 모듈은 독성 세제로 청소한다?
태양광발전이 반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로 독성 세제 사용이 꼽힌다. 패널 관리 과정에서 쓰이는 세제로 인해 토양이나 수질이 극도로 오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유럽연합(EU)와 미국은 공식 가이드라인을 통해 물 세척을 하도록 권한다. 패널에 특수 코팅이 돼 있어 물로도 쉽게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태양광 패널의 유리표면은 특수코팅으로 처리를 했기 때문에 코팅 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물로 세척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앞서 태양광 설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일본의 경우 물로 패널을 자동으로 청소하는 로봇이 수년 전부터 판매되고 있다.

"태양광은 눈부심·전자파를 유발"…사실은 "무해"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전자파(자기)의 강도는 0.07mG. 국립전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치다. 헤어드라이어 37.9mG, 텔레비전 0.1mG, 노트북 PC 0.08mG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전자기기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태양광 패널에서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장치인 인버터에서 나오고, 이 역시 다른 전자기기에 비해 전자파가 낮다는 점은 이미 국립전파연구원의 조사에서 밝혀진 사안이다.

아울러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5.1%로 붉은벽돌(10~20%), 흰색페인트 외벽(70~90%), 유리(8~10%) 등 일반건축물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열화상 촬영 결과 태양광 설비의 복사열에 따른 열섬현상이나 인접 지역과의 뚜렷한 온도 차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패널이 수명을 다하면, 폐기물로 분류돼 모두 쓰레기가 된다는 점도 사실과 다르다. 태양광 패널 제조사의 보증기한이 25~30년일 뿐이고, 이후에도 모듈은 사용 가능하다. 태양광발전의 효율이 설치 초기보다 낮아지고, 제조사의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만료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는 재사용 패널을 활용한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아울러 유리와 알루미늄 등 태양광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원부자재들은 재활용시 부가가치가 높아 폐기물의 처리 문제에 있어서도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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