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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대형사 이익 쏠림 현상 심화
자기자본 상위10개사 전체 순이익 80%…"대형사 중심 사업환경 조성"
2018-12-13 06:00:00 2018-12-13 08:11:09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전망이다. 주머니가 두둑한 대형사들은 스타급 인력을 영입하고 시장내 지위 확대를 위해 증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별다른 방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상위 10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5599억원으로 전체 3조2110억원의 80%가량을 차지했다. 순위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누적 순이익이 많은 10개 증권사의 이름은 자기자본 상위 10개사와 이름이 같았다. 덩치가 큰 대형 증권사로의 이익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앞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이익 차별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와 같은 신규사업을 하려면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등 대형사 중심의 성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증권사 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증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움직임에서도 대형사만 적극적인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 22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으면서 화제가 됐던 한국투자증권의 한 차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개발하는 업무를 하면서 올해 크게 흥행한 양매도 ETN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3년간 100억원의 연봉은 보장 받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일부 중소형사가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액수다. KB증권은 NH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 인력 10여명을 한 번에 영입했고, NH투자증권은 국민연금 출신 인사를 데려올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수혈받기로 했다. 자본 확충으로 투자은행(IB) 부문 사업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신용평가사는 이번 유상증자로 하나금융투자의 시장 지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사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A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수십억이 넘는 돈을 들여 인재를 영입한다거나 팀을 통째로 스카우트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며 "당장 내년 실적이 악화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사실상 뾰족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간 상위권과 하위권의 구분이 뚜렷해지고 있어 앞으로 이런 구조가 더 굳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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