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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부장이 낫다”…유통가 사전 구조조정에 임원 칼바람
신세계 임원 감축, 롯데도 인사폭 커질 가능성
2018-12-10 15:18:55 2018-12-10 16:46:23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임원 승진이 최종 바람이었지만 회사 분위기가 살벌해 자리보전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감원하면 임원부터 자르니 요즘엔 만년 부장이 더 나은 것 같다.” 모 대기업 김모 부장 얘기다. 또다른 대기업 부장 이모씨는 올해도 내 차례는 오지 않았다. 임원 승진자가 줄어 기회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말 인사철을 맞은 유통업계에 한파가 닥쳤다. 전반적으로 실적이 크게 떨어진 곳은 없음에도 선제적 감원 움직임이 나타난다. 내년 시장이 더 나빠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듯 보인다. 상대적으로 계약직 형태인 임원부터 된서리를 맞는 양상이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달 말 인사에서 백화점과 이마트 임원 수를 축소했다. 국내외 경영환경 및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관점에서 단행한 인사조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유통산업이 각종 규제와 온라인 시장 확대로 사양화되는 가운데 신사업 인재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존 임직원 물갈이가 선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부를 떼어내 신사업을 육성키로 하는 등 4차산업, IT융합서비스가 본격화되는데 발맞춰 인력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향후 그룹 성장을 책임질 온라인사업과 토탈 퍼니싱, 화장품, 제주소주에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승진과 발탁을 집중시켰다.
 
마찬가지로 지주회사 체제 개편과 계열사 정지작업, 온라인 사업부 대규모 투자에 나선 롯데도 인력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 인사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졌다. 지난달 말 시행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 다시 이달 중순쯤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 경영복귀 후 처음 이뤄지는 정기 인사인 만큼 인사 적체 해소와 세대교체가 관심을 모으지만 복귀 기간이 짧아 인력 배치를 구상할 시간도 적었고 대법원 재판도 남아 인사에 소극적일 것이란 관측들이 나왔다. 하지만 인사를 늦춘 만큼 숙고한 시간도 길어져 변동폭이 커질 것이란 예측도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조직정비가 진행형이고 온라인 사업 조정, 계열사 재편에 따른 후속 조치로써 새 인물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속에 변수는 역시 경영 불확실성이다. 사드 이슈가 마무리돼 실적은 정상화되고 있지만 유통산업 구조적 사양화는 진행 중이다. 이에 대비한 개혁에 나설지, 보수적인 방어전략을 고수할지 양 갈림길이 놓여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이서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 인사철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졌다. 인사 배경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패션산업 경쟁심화로 줄곧 부진했던 실적에 눈이 간다. 삼성물산은 10일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12명 승진자를 배출한 건설부문에 비하면 패션부문은 상무 1명에 그쳤다. 이 사장이 빠진 후 사장 직급은 전무하나 이번 인사에서 채워지지도 않았다. 재계 일각에선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가 삼성물산 합병에 얽힌 이재용 부회장 승계 문제로 비화되는 가운데 실적이 부진해 합병 합목적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패션이 유탄을 맞은 것이란 분석도 제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패션은 삼성 총수일가 후계구도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사업이라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패션 사업이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과거 신라호텔에서 열린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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