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사경인 회계사 "오르면 '선', 떨어지면 '악'…투자문화 개선필요"
직접 투자하는 강의 스타일로 증권계 3대 강사로…1년 1천시간 강의
"삼성바이오 사태 정권 탓 말고, 규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입력 : 2018-12-07 06:00:00 수정 : 2018-12-07 13:55:15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사경인 회계사는 증권업계 3대 강사로 꼽힌다. 회계사라는 직업을 활용해 재무제표를 보고 종목을 고르고 피드백을 공유한 그의 강의 스타일이 먹힌 셈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계사보다는 전문 강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는 데이토리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date)와 스토리(story)의 줄임말이다. 재무적 데이터를 이야기로 들려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유료화 가능성 여부 등은 아직 고민 중이다. 내년에 제주도로 내려가면 더 생각해볼 계획이다. 제주도 정착을 준비 중이다. 
 
사경인 회계사는 오르면 '선'이고, 떨어지면 '악'이라는 투자문화가 무엇보다 먼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러한 투자문화가 투명하지 않은 회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가 바뀌어야 기업도 변한다고 강조했다. 
 
사경인 데이토리 대표. 사진/데이토리
 
-증권가 3대 강사로 불린다. 
 
민망한 얘기다. 증권사 강의를 나갔는데, 저를 섭외했던 인사담당자가 수강생에게 그렇게 소개하면서 저도 알게 됐다. 비결이라는 게 딱히 없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증권가가 생각보다 좁아서 입소문이 났던 것 같다. 통상 회계사들이 특유의 시니컬한 분위기 때문에 증권사 강의를 꺼린다. 그러나 나는 좋았다. 이전에도 영업사원을 위한 회계 등 다른 영역에 있는 분들을 위해 강의를 다녔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분야가 아니다 보니 깊이가 없었다. 원칙적인 뻔한 얘기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식은 직접 투자해보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당시 증권가에 회계사 출신 중에 직접 투자를 하면서 강의까지 할 수 있는 스타일의 강사가 많지 않았다. 수요가 저를 이끌었던 것 같다. 의도한 결과라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러온 느낌이다. 
 
-강의는 왜 시작했나.
 
삼일회계법인에 몸담으면서 회사 일로 시작했다. 말 그대로 시켜서 한 거다. 투자자가 재무제표를 보는 것은 당연한 거다. 증권사 영업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투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회계사인 나조차도 예전에는 풍문에 주식투자를 하곤 했다. 2007년에 활황을 맞아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했고 오르기도 했지만,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유 주식들이 꺾였다. 한마디로 박살이 났다. 이후부터는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은 투자를 했다. 실제 강의시간에 수익률을 오픈하기도 한다. 회계법인에서 독립한 후 본격적으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강의를 하기 위해 회사를 나온 건 아니지만, 1년에 1000시간 정도 강의하기도 했다. 
 
-회계법인 독립 후 어땠나. 
 
30대 후반에 잘 다니던 삼일회계법인을 나왔다. 승진도 빨랐고 최우수사원에게만 주어지는 상도 받았다. 그러나 많이 버는 것보다 오래 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회계법인에서는 40대 후반이면 이른 나이에 나가는 분위기였다. 그럴 바엔 젊었을 때 나가서 자리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후배와 세무기장 사무실을 차렸으나, 강의로 바빠지면서 홀로 나와 차린 사무실이 데이토리다. 
 
나와서 후회는 없었다. 과거 회사 동료를 만나 옛 직장 근처에서 커피 한잔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무심결에 "아, 4시간 남았다"라는 말을 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저도 직장에 소속돼 일할 때에는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가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짬이 나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한다.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없다.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느낌이다. 
 
-데이토리는 어떤 회사인가.
 
데이터를 투자와 직접 연결해 보여줄 수 있도록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차린 회사다. 재무적 데이터를 이야기로 보여주고 싶었다. 투자자가 전자공시시스템을 직접 보는 것이 어려운 만큼 쉽게 풀어낼 생각이다.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유료화 가능성 등 아직 고민이 많다. 내년에 제주도에 정착한다.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을 떠나는 만큼 앞으로 온라인강의와 출판 중심으로 활동할 것 같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우리 증시는 실적보다는 테마가 강하다고 말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대외적 환경에 많이 휘둘린다. 투자자 성향 자체도 단타(단기투자자)가 많고, 테마로 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앞서 뭘 봐야 할 것인가 고민해보자. 예컨대, 내가 아는 지인이 술과 담배를 늘 하면서도 100세를 넘게 살았다고 하자. 그렇다고 모두에게 술, 담배를 권할 수 없다. 해롭다는 건 맞기 때문이다.
 
주가는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재무제표로 지금 가격이 싸냐, 비싸다는 알 수 있다. 투자방법은 간단하다. 비싸면 팔고, 싸면 산다. 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렇게 700종목을 계산해 코스피 예상지수를 평가해본다. 제가 보유한 종목의 회전율은 1년에 한 바퀴도 안 된다. 그러나 주식투자하는 많은 분들은 채 3개월도 보유하지 않는다. 그 다음 분기실적도 안보고 파는 셈이다. 그 회사의 성적표를 한 번도 안 받아보고 파는 건데, 투자는 그런 게 아니다. 
 
-이것만은 꼭 확인하라고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좋은 회사를 찾기는 힘들다. 초보투자자가 수익이 안 좋은 이유는 좋은 회사를 못 찾아서가 아니라, 안 좋은 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처음으로 썼던 책(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에서도 절반 정도를 안 좋은 회사를 피해는 방법으로 채웠다. '감사의견 확인'과 '상장폐지 조건 해당 여부', 이 두 가지만은 꼭 체크했으면 좋겠다. 감사의견은 감사인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강조사항을 적은 것이다. 예컨대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적었다면, 그 기업이 계속 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적은 거다. 또 관리종목과 상장폐지 종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피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위험은 피하는 게 좋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 
 
차변과 대변을 공부해서는 안 된다. 그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법이다. 자동차 운전을 배운다고 가정하자. 자동차를 만드는 원리를 배울 필요는 없다. 운전하는 방법을 알면 된다. 이미 작성된 재무제표를 읽어낼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최근 3~4년 전부터는 다양한 관점에서 회계를 바라보는 책들도 나오고 있다. 경제기자가 쓴 회계 책도 있고, 일반 직장인의 관점에서 쓴 책도 있다. 첫 회계업무를 맡아 고군분투한 얘기 등등 읽어봄직한 책이 많다. 
 
주식투자에서 재무제표 보는 법을 강의 중인 사경인 데이토리 대표. 사진/데이토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분식회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드라마 '송곳'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 시장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투자 마인드가 변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선'이고, 내리면 '악'이라는 생각이 있다. 잘못해도 주가가 오르면 잘한 거고, 바른 일을 해도 주가가 떨어지면 나쁜 거라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보면 '정권이 바뀌니까 삼성을 잡냐' 이런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한 거는 잘못한 거다. 미국에서는 에너지기업 엔론에 분식회계가 터졌을 때 결국 파산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도 규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설마 우릴 죽이겠어?'라는 생각이 시장에 악순환을 만든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데이터를 보고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턱대고 투자하는 사람도 정말 많이 봤다. 위험한 일이다. 유럽 증권계의 전설 앙드레 코스롤라니는 주식 투자에서 '시장에 주식이 더 많은지, 바보가 더 많은지 확인하라'라는 말을 남겼다. 바보가 더 많으면 돈 벌기 쉽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똑똑해지면 내 수익률도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공부하는 투자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적어도 사업보고서에 대놓고 나쁜 짓하는 것을 모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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