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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삼바는 진정한 바이오주일까
2018-11-21 06:00:00 2018-11-21 06:00:00
바이오산업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기대주로 부상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제약 회사들이 최근 연구개발 성과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도도 커졌다. 핵심은 연구개발에 있다. 오랜 시간 시행착오 끝에 신약과 신물질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기업규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삼성에게는 이런 경험이 없다. 때문에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할 때 필자는 처음부터 의문을 품었었다. 마치 민물고기가 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바이오에 대한 별다른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삼성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의심과 함께 걱정이 들었다. 2015년 12월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플랜트 공장을 착공하는 모습을 보고는 경악했다. 1989년 삼성이 무리하게 대산단지에 석유화학 공장을 지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삼성이 ‘의욕적으로’ 투자한 삼성종합화학은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다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국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빅딜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렇기에 필자는 지난 2016년 출간된 졸저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의 삼성>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냉정하게 서술했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대량생산한다고 하니 대형 하청업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진정한 바이오산업과는 거리가 멀고, 철강 및 석유화학 등 대형 장치산업과 접근법이 비슷해 보였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그런데 필자가 집필을 끝낼 무렵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가 떴다. 영업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그렇게 바뀐 것이 놀라웠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상은 얼른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나는 1년 동안 매달렸던 집필작업이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다. 게다가 회계전문가가 아니었기에 홀로 파고들 수도 없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책을 세상에 내놔야 했다. 아쉬움이 남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모종의 문제가 생기면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그럼에도 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나의 평가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기를 희망했다. 아무 탈 없이 잘 커서 한국경제, 특히 바이오산업 발전에 기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상적으로 잘 경영되는 듯했다. 필자의 판단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11월 상장된 후 주가가 오르고 시가총액도 높게 형성됐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분식회계가 문제로 지목됐다. 그런데 분식회계가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니, 어느 정도는 나의 우려대로 흘러간 셈이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린 것은 나름 용기를 낸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담 스미스에 대해 언급했던 어법을 빌리자면 긴 숙고 끝에 올바른 길을 찾은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는 즉시 정지됐다. 최악의 경우 상장이 폐지될지도 모른다. 그 영향으로 증권시장에서 바이오주들이 동반 타격을 입는 것이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짚은 대로 그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문제일 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로 인한 거래 정지가 제약 바이오 섹터 전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히려 제약바이오 섹터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였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시에서 배제된 후에도 바이오주에 특별한 동요는 일어나지 않았다. 먼 옛날 고대 그리스의 테바이에서 괴물 스핑크스가 퇴치된 후 테바이가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이제 삼성바이오직스의 상장 폐지 여부가 초점이다. 상장을 폐지한다면 국내 증시에 대한 디스카운트요인을 제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과거와 같은 회계분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들이 많으므로 상장 폐지에 대한 주장은 일단 삼가고자 한다. 그렇지만 상장 폐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당 기간 거래 중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문제는 한국거래소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진정한 바이오주인가도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한국에서 회계분식을 근절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결의와 실천의지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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