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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전 대법관 "심려끼쳐 송구…사심없이 일했다"
'사법농단 의혹' 피의자 신분…대법관 첫 공개소환
2018-11-19 09:44:57 2018-11-19 10:08:1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 6월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전직 대법관에 대한 첫 공개 소환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오전 9시20분쯤 도착한 박 전 대법관은 "이번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경위를 막론하고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까지 된 것에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서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을 위한 곳이었는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말은 조사를 받으면서 해야하기 때문에 양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으며 '재판거래와 사법농단행위가 사법행정에 포함됐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고, 저는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간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근무했으며, 대법관으로는 2011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근무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소인수 회의'에 참석해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의에는 당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정종섭 전 안전행정부 장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석했으며, 검찰은 이들이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을 논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박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차한성, 민일영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이 박 전 대법관에 앞서 2013년 12월 '1차 소인수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민 전 대법관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조작 사건 상고심 주심으로 재판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 조사 이후에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고 전 대법관은 전교조 사건 개입 의혹, 부산 법조비리 무마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전직 대법관 등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이르면 연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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