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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옥류관 개관 전 왔다 가시라", 이재명 "구체적 일 정해서 가겠다"
지자체장 첫 방북 가시화…한국 지자체-북측 간 상호협력 교류전기 마련
2018-11-18 06:00:00 2018-11-18 06:00:00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북한 방문이 한걸음 나아가게 됐다. 이 지사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경기도와 북측 대표단이 함께 추진해왔던 ‘옥류관’ 유치를 비롯한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아시아태평양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도와 북측대표단은 중앙정부가 터놓은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물꼬를 지방자치단체가 이어받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진행된 첫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께서 큰 길을 만들었는데 그 길을 단단히 다져서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며 “중앙정부에서는 큰 방향을 잡지만 잔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극히 옳은 말씀”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열린 2018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리종혁 부위원장, 초청의사 전달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은 ‘옥류관 냉면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는 이 지사의 말을 듣자마자 “(리종혁) 선생님께서 기회를 한번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고, 리 부위원장은 “옥류관 분점이 경기도에 개관하기 전에 한번 (북측에) 왔다 갔으면 좋겠다”며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화영 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가 끝난 뒤 고양 엠블호텔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지사의 방북 초청과 관련해 여러 차례 북측에서 초청 의사를 밝혔다”며 “이 지사가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리 부위원장은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느냐, 다른 경로로 좀 더 일찍 오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여담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방북 초청 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을 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지사 방북이 현실화 된다면 남한 지자체장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로, 남북 지자체 간 본격적인 교류 협력의 서막을 열게 된다. 현재까지 이뤄진 대통령 방북은 총 4차례로 중앙정부 차원의 남북화해와 교류 협력의 상징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13일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지난 2007년 10월2일 육로를 통해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은 남북화해사의 이정표로 남아있다. 올 들어 두 차례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또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를 풀고 ‘남북평화협력 시대’를 연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 공동신도시 건설 구상 밝혀
 
방문 기간 동안 북측대표단은 판교테크노밸리와 경기도농업기술원 등 도 산업시설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며 함께 구축할 미래에 대한 다양한 구상을 밝혔다. 북측이 밝힌 구상에는 ‘공동 신도시 건설’과 ‘남북 공동산업단지 조성’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북측 관계자들이 시설을 둘러보면서 실제로 북측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번 행사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시아 평화경제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모두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례 없던 평화의 마중물이 될 이 자리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앞당기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종전상태 만들어 북미관계도 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축사에서 “농업·환경·보건의료 분야의 경우는 제재의 대상이 아닌 만큼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 협력하고, 특히 인도적 지원과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틀을 튼튼하게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의 종전상태를 만들어 북미관계도 견인하도록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리 부위원장은 답사를 통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시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많은 나라들에 대한 침략과 약탈, 학살 만행으로 실로 헤아릴 수 없는 전범국가”라고 규정했다. 특히 “일본 당국은 한민족의 씨를 말릴 대량 납치 학살 만행을 저지른 증거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결됐다는 궤변을 고집하면서 오늘까지도 국가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일본 당국은 이제라도 조선인 강제납치 연행과 관련한 모든 진상을 철저히 조사 규명해 세상에 공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일본을 강력 규탄했다. 
 
역사상 첫 지자체 방문
 
북측 대표단은 3박4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번 교류는 한국 내 지자체와 북측 간 상호 교류 협력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방문이자 11년 만에 이뤄진 산업시설 참관으로 기록됐다. 
 
이번 국제대회 참석자 전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건에 함께 대응한다는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발표문에는 ▲강제동원에 대한 전쟁 범죄 규정 및 규탄 ▲일제가 강요한 인적·물적·정신적 수탈에 대한 진상조사와 실태 고발을 위한 협력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 조형물 등 평화공원 조성 ▲희생자 유해 발굴 유골 봉환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재단 설립 ▲국제대회 및 토론회, 전시회 방문 등 교류 협력 사업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경기지사,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열린 2018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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