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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근로공단 진폐증 소멸시효 주장, 신의칙 위반"
"현대의학으로도 완치 못해…'요양중' 이유로 장해급여 지급 거부 안돼"
2018-11-18 09:00:00 2018-11-18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완치가 어려운 진폐증에 대해 소멸이 시효 됐다는 정부 주장은 권리남용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승원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판사는 진폐증을 앓다가 숨진 김모씨 등 사망자 8명의 배우자들이 "미지급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판사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애가 있는 경우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할 수 없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도 진행이 계속된다. 재해근로자들은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었고 근로복지공단은 요양 중이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진폐증 진단을 받아 요양 중인 근로자의 장해급여청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들어 일관되게 지급을 거부해왔다.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근로자들이 권리 행사를 해도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거부할 게 명백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것에 사실상의 장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해근로자들의 진폐증에 의한 요양 신청에 관해 근로복지공단은 요양을 승인하고 통지했을 뿐 장해등급에 관해서는 어떠한 통지를 하지 않았다"며 "요양 중이어서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요양승인결정이 있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다는 주장은 매우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해근로자들의 장해급여청구권은 지난 2003년 7월1일 발생해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으므로 미지급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진작업장에서 종사하던 김씨 등은 진폐증 판정을 받고 요양하던 중 사망했고 유족들이 장해급여나 미지급급여 보험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장해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돼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 지급하는 것인데 재해자들이 요양 중이어서 치유 상태에 있지 않았고 요양 승인 당시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났다"며 부지급 처분했다. 이에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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