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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윤필용 사건' 책임은 사법부에도 있다
2018-11-07 06:00:00 2018-11-07 06:00:00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 지난 1973년,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윤필용씨가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이같이 말했다가 윤씨와 그를 따르던 장교들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대거 처벌받았다. 잘 알려져 있는 ‘윤필용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으로 강제전역했던 박정기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얼마 전 전역의 강제성이 인정돼 무효 처분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앞서 전역처분을 받은 소령 정모씨, 송모씨와 대령 황모씨가 가혹행위에 못 이겨 전역지원서를 작성했고, 그 전역지원서에 기초한 전역처분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미 강제전역이 무효로 판단된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이 박 전 사장의 전역 또한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었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법원이 강제전역 취소를 판단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던 군인들은 복직 처리됐고 그동안 못 받은 월급 등을 받게 됐다. 법원의 판단으로 늦게나마 이들의 피해가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윤필용 사건'의 피해 책임은 법원에게도 있다. 앞서 윤씨는 1973년 업무상횡령 등 8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했던 쿠데타 모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혐의로 징역 15년에 벌금 2000만원, 추징금 59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때는 박 전 사장이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시기이다. 그는 윤씨와 인연을 맺었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당했다.  
 
윤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 알선수뢰, 군무이탈방조 및 비호, 직무유기교사, 경제안정과 성장에관한 긴급명령위반, 기부금품모집금지법위반, 총포화학류단속법 위반 등이다. 이를 판단한 것은 군사법원의 전신인 군법회의로, 하나의 사법기관이었다. 군사법원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형사특별법원으로, 상고심은 대법원이 심판하게 돼 있다. 윤씨가  대부분 혐의를 벗게 된 것은 이미 사망한 이후인 42년 뒤였다. 사법부가 스스로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기까지 장장 반세기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피해자가 재심 청구나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판결은 당사자가 사망해서도 확정되는 위력을 갖고 있다. 최근 '강제징용 판결' 등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전 국민이 공분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들이 더 이상 피해자가 돼서는 안된다. 사법부는 국민의 보루이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과 그 작용의 공정성은 몇번이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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