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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 좁아진 중소형사…몸집 불리기 총력
자기자본 업고 승승장구하는 대형증권사, 중소형사는 안간힘
2018-10-18 06:00:00 2018-10-18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 이후 국내 증권사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해 자기자본 규모를 확대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 합산 자기자본규모는 최근 5년래 34.9% 상승한 52조원을 넘어섰다. 유상증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이익에 따른 증가다.
 
자기자본규모는 증권사의 사업규모나 시장지위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순자본비율, 레버리지배율, 신용공여한도 등이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증권사의 시장지위와 사업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자기자본이 3조~4조원인 증권사는 기업 신용공여는 물론 전담중개업 업무,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 및 중개업무가 가능하다. 또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기존 증권사들이 할 수 없던 단기금융업무를 인가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8조원 이상일 경우 초대형 IB의 마지막 단계인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을 할 수 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이 때문에 일찍이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리며 투자은행(IB) 영역에 집중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선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나름의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자기자본을 늘려 수익성 활로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SK증권은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5000억원대로 키울 계획이다. 현재 SK증권의 순자본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225%로 증권업계 평균(562%)보다 낮다.
 
그럼에도 SK증권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자기자본규모가 2013년 6월말 4252억원에서 올해 말 4395억원으로 정체된 상태”라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업계 평균 수준의 자본을 달성하겠지만, 대형 증권사들이 각 사업부문에서 우수한 지위를 갖고 있어 중소형 종합 증권사의 영업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15일 SK증권의 주가는 12%대 하락하며 장중 신저가를 찍었다. 16일에도 다시 신저가(782원) 기록을 썼다.
 
중소형사들이 고심하는 다른 활로는 기업공개(IPO)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상반기에 하나금융투자와 상장 주관 계약을 맺었다. 기업공개로 자기자본을 늘려 중형급 증권사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00억원 수준이다. KTB투자증권은 자회사 KTB네트워크의 IPO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둔화, 거래대금 감소 등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IPO를 진행할 경우 밸류에이션 산정에서 불리할 것이란 시각이 있어 상장 시기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늘려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이미 대형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독창적인 사업 혹은 상대적인 강점으로 부각시킬 만한 것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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