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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4년 만에 최고점…정유·화학·항공·해운 '비상'
이란리스크·OPEC 증산거부에 글로벌 공급차질 우려 커져
2018-09-26 15:45:15 2018-09-26 15:45:1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제유가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4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유가에 민감한 항공과 해운 등 국내 산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정유사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으로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분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67센트 상승한 81.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1월10일 이후 최고가다. 뉴욕상업거래소의 11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일보다 배럴당 20센트 오른 72.27달러로 마감,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7월10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을 부추긴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거부에 따른 글로벌 원유공급 차질 우려다. 올해 내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 이란산 석유공급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 국제유가는 꾸준히 올랐다. 국제유가 조정의 열쇠를 쥔 OPEC도 증산에 반대하면서 유가의 추가적 상승 여력을 높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유류비가 수익과 직결되는 항공과 해운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4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0.9달러로, 지난해 3분기 대비 43.15%나 올랐다. 항공사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영업비용의 3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 항공사는 연간 2000억원의 유류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고 이는 곧 영업이익의 손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준 것은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유 부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업계도 고민이 크다. 해운사들도 비용에서 유류비의 비중이 20% 안팎일 만큼 유가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크다. 그런데 14일 기준 선박용 벙커C유는 배럴당 69.7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45.20%나 올랐다. 현재 해운업계는 글로벌 선박 공급과잉으로 운임 협상의 주도권이 화주에 넘어간 탓에 유류비 인상분을 선사들이 억지로 떠안는 실정이다.
 
정유업계도 유가 급증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할까 걱정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등을 만들어 판매한 뒤 남긴 차액(이윤)으로, 정유사 수익성의 지표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정제해 판매하는 기간만큼 유가가 안정적으로 오르내려야 이득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시장은 그야말로 급등장이었고, 정제마진의 예측불가였다. 실제로 올해 배럴당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1월 평균 6.2달러에서 2~3월에는 7.4달러로 뛰더니 7월에는 5.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6.0달러선을 회복했다.
 
나프타 등 원유 정제과정의 부산물을 이용하는 석화업계도 원가 부담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국내 석화기업들의 양호한 수익은 유가 안정에 따른 원가 우위 덕분"이라며 "심각한 스프레드(제품과 원료값 차이)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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