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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대마에 대한 국가적 무지가 환자 고통으로 이어져"
의료용 대마 빗장 여는 데 일조한 강성석 목사…"관리체계·부정적 인식 등 갈 길 멀어"
"협회 전문성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의료용 대마 관리할 계획"
2018-09-19 06:00:00 2018-09-19 09:21:48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수정 의결했다. 개인 차원의 반입은 불가능하지만 국가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의료용 대마의 공급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48년동안 굳게 잠겨있던 대마 빗장이 풀리며 치료 목적으로 필요성이 절실했던 환자들이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다. 이달 초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며 출범한 비영리사단법인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다. 이번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 가결을 위해 분주히 뛰었던 협회 이사 및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인 강성석 목사를 만나 이들이 알리고 싶은 의료용 대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성석 목사는 평범한 목회자의 삶을 살다 우연한 계기로 의료용 대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정확한 지식없이 막연히 부정적이기만 한 국내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의 전신인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창설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목사라는 신분이 이색적이다. 현재 협회 상임고문 및 이사를 맡고 있다. 전신인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창립하게 된 계기는.
 
나 역시 환자였다. 평범한 목회자로 경남 창원에서 해외 결혼 이주여성 등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던 지난 2015년 봉사활동 차원에서 쌀을 나르다 디스크가 파열됐다. 당시 오른발을 못 쓸 뻔한 수준이었고 현재도 오른쪽 엄지와 검지발가락엔 감각이 없다. 긴급 수술을 받고 요양하던 중 우연히 언론을 통해 의료용 대마 합법화 관련된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 자료와 논문 등을 통해 공부해보니 실제로 해외에선 효능도 입증됐고, 환자들이 처방받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만은 불법이었다.
 
의약품으로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마의 국내 도입(치료 목적)을 위해 나와 비슷한 통증 및 신경손상 환자들을 모으던 중 의외로 뇌전증을 비롯한 난치병 환우 보호자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당시에 이미 아이들의 통증 완화를 위해 어머니들이 해외 직접구매로 CBD오일(대마 추출물로 제조된 오일, 뇌전증 환자 등의 경련 및 발작에 효과가 있어 해외에선 합법화)을 국내로 반입하다 검찰에 소환되거나 기소된 상황이었다. 현행법상 불법인 만큼 검경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뜻을 함께하는 분들을 모아 지난해 6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를 창립했다.
 
앞서 합법화를 위해 도움을 받고자 관련 학회나 협회를 찾아가 봤지만, 대마에 대한 엄격한 국내 잣대 탓인지 전문성이 부족했다. 애초에 대마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시작은 환자 단체로 시작했지만 운동본부는 국내 그 어떤 곳보다 의료용 대마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위원회의 의료용 대마 효능 자료가 발표되자마자 식약처에 직접 번역해 가져다 준 것도 우리다.
 
운동본부 창립 1년여 만에 카나비노이드협회로 재탄생했다. 기존 운동본부와 협회의 차이점은.
 
운동본부는 환자를 위한 단체였지만, 협회는 환자만을 위한 단체는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관련 법안 수정 가결로 합법화 물꼬가 트였지만 여전히 국내 의료용 대마는 갈 길이 멀다. 협회는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 됐을 때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어떻게 홍보할 것이며, 필요한 환자들에게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또 핵심이 되는 의료진들의 인식 전환과 지식 공급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곳이다.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다른 국가 역시 그냥 노지에서 대마를 재배해 아무나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대마를 다룬다. 재배부터 추출, 가공, 유통 등에 대한 전용 라이선스가 있으며, 각 생산 공정에 따라 세부 라이선스로 분리된다. 공장 역시 라이선스가 필요하고, 재배지 역시 정부가 관리하는 스마트팜을 통해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수분 공급량, 습도 조절 등을 철저히 관리한다. 각 환경에 따라 일정한 함량의 대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리하는 이들도 5살 때부터의 개인 이력을 전부 조사하는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의료용 대마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 같은 기반 조건이나 배경들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어떻게 공급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협회는 그동안 축적된 자료와 지식을 통해 관련 가이드라인과 유통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해 협조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네바다주로에 의료용 대마를 제공하는 기업과 관련 매뉴얼을 공급받는 업무협약(MOU)도 체결한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환자 생체 정보가 들어있는 의료데이터의 처방과 유통 관리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정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는 사설 단체의 힘만으론 부족한 것이라 복지부·식약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식약처 산하 단체로 등록하는 절차 중에 있다.
 
운동본부와 협회의 노력 덕인지 48년 만에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에 대한 빗장이 열렸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반쪽짜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료용 대마의 치료효과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하지만 필요하다고 하니 풀어준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의료용 대마는 식약처 산하 기관에서 가공품 형태로만 공수된다. 국내 의료 시스템상 오남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사 또한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대마 처방을 과도하게 처방할 이유가 없다.
 
희귀의약품센터에서 관리하겠다는 부분도 아이러니다. 의료용 대마는 뇌전증과 간질 등을 위해 많이 사용되는데 왜 마약류 특별관리법이 아닌 희귀의약품으로 관리되는가. 국내 뇌전증 환자만 40만명이 넘는다. 관리시스템도 구축되지 않고 한정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센터가 마비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현 구조대로라면 센터에 의료용 대마를 신청하고 환자가 수령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동안 환자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마를 의료용으로 필요한 이들에게만 공급하겠다는 건데 위험성은 훨씬 높은 향정신성 의약품 등은 의약품으로 여기면서 대마는 무조건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무지와 선입견이 문제다.
 
강 목사는 유독 의료용 대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내 상황에 대해 정확한 연구나 지식 없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선입견이 근본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의료용 대마에 대한 국내 인식, 무엇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선수 등이 사용한 CBD오일은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치료용 약품으로 인정받아 도핑테스트에서 제외됐다(관련 내용이 최근 공중파 뉴스를 통해 보도됐고, 이를 제보한 것 역시 협회였다). 대마 추출 성분을 사용한 오일이 마약류로 인정받는다면 국내에서 펼쳐진 올림픽에서 금지시켰어야하는 것 아닌가.
 
대마는 담배보다 중독성도 약하고, 술보다 환각효과도 낮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동안 금지돼온 관행적인 부분이 너무 강해 그저 '대마는 큰일 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나치게 강하다.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 처방에 나설 의사들조차 연구하려 들지 않는다. 연구가 없으면 근거가 부족하고 이는 합법화가 돼도 처방전을 써줄 의사의 부재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최근 10년 동안 대마의 의료 효능에 대한 연구가 5건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를 위해 정부의 지원도 필요한데 대마는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으니 연구 주제 선정 단계부터 대마는 배제된다.
 
대마를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게 아니다. 대마가 만병통치약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정부 관리 하에 꼭 필요한 사람이, 꼭 필요한 만큼만 당당히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협회의 목표다. 국가 차원의 무지가 환자들의 고통으로 다가와서는 안 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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