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미덥지 못한 이동걸 산은 회장의 '경제관'
입력 : 2018-09-13 08:00:00 수정 : 2018-09-17 16:15:29
"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에서는 혁신·창업 기업이 안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재의 부동산 중심의 투자에 대한 비판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제일 흔한 게 돈이다. 부동자금이 1000조원이다. 그게 다 부동산에서 번 돈"이라며 한국경제 구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부동산으로 돈 번 사모님들이 벤처펀드를 1조원 만들면 큰 상을 주겠다"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한국경제 진단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강남에 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남 발언'과 묘하게 오버랩되기도 한다. 최근 장 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장 실장이 1년새 수억원이 오른 서울 송파구 소재의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반발이 커졌다.
 
이동걸 회장 역시 금융권 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총 35억838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이중, 부동산 재산이 10억원이 넘는다. 최근 집값이 들썩인 서울 용산구 등의 부동산을 가족 명의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에선 이 회장의 부동산 발언이 혁신·창업기업으로 돈이 흐르지 않는다는 얘기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 성장'과 창업·벤처 활성화 등 '혁신성장'의 연장선이다. 이 회장은 "재벌·대기업·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소득주도나 혁신·창업·중소기업 위주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벤처 관련 지원을 많이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은 수장의 발언으로는 맞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산은의 역할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이루는 하나의 경제 생태계가 중요한데, 대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뉘앙스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M&A를 통해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사들이고, 이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벤처기업은 다른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정책금융기관이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벤처 육성에 뛰어드는 산은의 백화점식 정책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산은의 벤처육성 프로그램은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의 관련 제도와 유사하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산은의 역할이 재정립되는 과정이 없이 정부 입맛에 맞는 정책에 뛰어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국가 기간산업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했던 조선업과 해운업은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철강, 자동차 등도 선제적인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여러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산은에 제대로된 진단과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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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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