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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강요에 자살한 음료업체 영업사원…법원 "업무상 재해"
"월말 정산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여"
2018-08-19 09:00:00 2018-08-19 09: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회사의 실적 강요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지점의 영업사원들은 월 목표치 달성 문제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특히 월 매출액을 정산하고 월 목표치 달성 여부 및 달성률을 점검받는 월말에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들은 월 목표치 달성 여부와 월 달성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수당 일부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월 목표치 달성률이 다른 지점이나 다른 영업사원에 비해 저조할 경우에는 지점장으로부터 욕설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월말이 다가오면 다른 직원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외상 거래한 물품이나 가판한 물품으로 인한 미수금 문제, 가판한 물품을 덤핑판매해 발생한 서류상 판매액과의 차이 문제 등을 임시방편적으로 해결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2014년 5월 말에는 미수금 문제와 덤핑판매된 물품의 차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일시적인 자금 융통이 반복되는 등 자금경색의 위기까지 겪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증폭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대부업체에서 대출받는 200만원을 상환했음에도 이를 잊어버리고 다시 200만원을 입금했고, 그 직후에 해당 대부업체 명의의 입금 요청 문자가 오자 입금한 계좌와 다른데도 200만원을 다시 입금하는 등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및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만원 입금 요청 문자가 대부업체를 사칭한 사기행위임을 알게되자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월말정산이 다가오면서 겪게 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돼 자살을 결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 채무와 보이스피싱 사고가 촉발제가 돼 신병비관으로 이어져 자살하게 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개인적 채무가 업무상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00년 12월 음료 업체에 입사해 생산되는 각종 음료 영업과 관련해 거래처 방문 후 판매, 미수금 및 거래처 관리 업무 등을 수행했다. 그는 2014년 5월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인근 공터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정신적 혼란을 유발할 정도의 업무상 만성적 스트레스나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개인적 판단에 의한 금전적 손실이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등으로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자살하게 된 것으로 업무 관련성이 낮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부지급 처분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은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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