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장에서)또 다시 시작된 삼성·LG 간 번인 다툼
2018-07-23 15:58:39 2018-07-23 16:25:38
왕해나 산업1부 기자
삼성전자가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번인(burn-in) 현상을 지적하면서 양 사 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TV를 두고 비방전에 가까운 갈등이 빚어진 이후 두 번째다. 번인이란 TV로 특정 화면을 계속 켜둘 때 화면 속 이미지 일부분이 잔상으로 남는 현상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유력 평가기관으로부터 자사의 QLED TV 신제품이 번인·잔상 프리(free) 인증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삼성전자는 평가기관의 입을 빌려 “1000유로나 하는 돈을 들여 고급 TV를 구매했는데 번인 현상이 나타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뜻 보면 삼성전자의 주력 TV 라인업을 홍보한 문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경쟁하는 LG전자의 OLED TV를 정조준한 멘트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번인 현상은 OLED 패널에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OLED는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명암비, 시야각, 완전한 블랙색상 등에서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OLED 구성 요소인 유기물이 빛과 열에 약해 장시간 특정색에 노출될 경우 픽셀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한국총괄이 지난 5월 ‘2018 OLED 번인 제보전’이라는 내부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안내문에는 “OLED TV의 최대 약점인 번인 현상 사례를 제보해달라”는 내용과 참가자 모두에게 기프티콘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공지돼 있었다.
 
삼성전자의 OLED ‘번인 마케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자사 공식 블로그 ‘삼성 뉴스룸’에 OLED TV의 밝기가 일반 시청 환경에서는 어둡다고 지적한 데 이어, QLED TV와 OLED TV의 시장점유율을 비교하며 OLED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튜브에 QLED TV와 OLED TV의 12시간 시청 후 잔상테스트 비교 영상을 올려 OLED TV의 번인 현상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12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 정도로 LG전자의 OLED TV를 견제하고 나선 것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회복하긴 했지만 지난해는 OLED TV를 앞세운 LG전자와 소니에 밀려 고전했다. 올해 연간 OLED TV 판매량이 QLED TV 판매량 처음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LCD TV 출하량은 정체하는데 OLED TV 출하량은 매년 2배 이상 성장 중이라는 점도 위협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기술을 두고 각을 세운 것은 브라운관(CRT),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LCD 때도 있었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기술을 보완하면서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싸움에 날을 세워 자사 기술 혁신이 후순위로 밀리면 곤란하다. 지나친 갈등은 소비자와 업계의 피로도를 높여 자칫 자사 제품의 자신감 부족으로 비칠 수도 있다. TV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양사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haena0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