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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평양 주식시장을 위한 희망사항
2018-07-23 08:00:00 2018-07-23 08:00:00
사업가이면서 큰손 투자가, 여행가, 방송인, 대학교수 및 금융논평가인 짐 로저스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헤지펀드 운영자 조지 소로스를 만난 것은 뉴욕의 투자은행인 암홀드블리쉬뢰더에서다. 3년 후 그들은 회사를 떠나 퀸텀펀드를 설립한다. 1970대부터 1980년대까지 S&P(스탠다드앤푸어스)지수가 47% 오르는 동안 퀀텀펀드는 42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짐 로저스는 은퇴하고 모터사이클로 전 세계를 여행한다. 결국 상품투자자로 돌아와 200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광업 및 원자재시장에 바람을 불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짐 로저스는 북한에 완전히 빠진 것으로 보인다.
 
말 많은 통일 비용에 대해서 그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 투자하고자 하는 글로벌 자금이 줄을 설테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실제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 투자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투자자가 많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수십년간 신흥공업국(NICs), 친디아, 브릭스(BRICs)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거대자금이 북한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자본시장연구원과 증권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움에서 평양증권거래소 개설을 준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아마도 남북문제가 잘 진행되어 여러 형태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중국이 개방될 때 그랬고, 베트남이 그랬으며, 캄보디아, 몽골에도 주식시장이 만들어지고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평양에 상당한 IT시설을 갖춘 현대식 증권거래소 설립을 추진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북한에는 주식회사가 있고 금융기관이 있으며,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만든 합영 및 합작회사가 있다. 다만 이들 회사의 주식이 제약 없이 거래되지는 않는 것 같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정부의 허가에 따라서만 거래될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주식시장의 중요한 설립 이유가 있다. 주식시장은 처음 나타날 때 그랬듯이 투자자금의 회수와 새로운 투자를 위한 곳이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의 주식시장은 처음부터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타 신흥시장에서처럼 해외자금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고 거래 장소와 통화를 다양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는 홍콩에 상장된 H주식을 먼저 거래할 수 있었고, 최근에야 상해와 심천거래소의 A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당초에 H주식은 외국인만 거래가 허용되었고, A주식은 내국인에게 먼저 거래가 허용되었다. 외국인이 A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적격외국인투자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 외에 상해 및 심천에 상장된 B주식이 있고, 홍콩의 레드칩과 P칩, 싱가폴에 상장된 S칩이 있으며, 뉴욕과 나스닥에 상장된 N칩도 있다. 이들 중국주식은 각각 위안화, 홍콩달러, 싱가폴달러 및 미국달러로 거래된다.
 
이왕에 북한이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의 유치에 관심이 있다면 거래가 활발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거래 참가자가 많아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거래수요를 허용해야 가능하다. 이른바 투기수요가 그것이다. 배당이나 장기적인 투자 목적 외에도 단기적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거래자를 용인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의 상대방이 되야만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거래의 문제점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를 병행한다면 비난하고 금지하는 것보다 휠씬 더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 밖에 주식시장은 주문정보 탐색 기능을 제공하고, 거래를 매칭시키며, 사전·사후적으로 가격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회계 및 주요 사항에 대한 공시 및 전달체계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주식보관과 결제를 위한 기관을 별도로 둘 수 있으나 기존의 금융기관이 할 수도 있다. 이들은 모두 주식시장에 필수적이나 다분히 테크니컬한 것으로 평양의 주식시장은 더 중요한 목적을 위해서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최욱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choica@kone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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