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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소상공인 지원법 절실
2018-07-16 06:00:00 2018-07-16 06:00:00
김의중 정치부장
지난해 비임금 근로자가 2년 새 2만8000명이나 증가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로, 100세 시대에 자영업은 은퇴 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간다는 증거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올해보다 820원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률은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해 15% 정도의 인상이 필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속도조절은 한 셈이다. 내년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만큼 실제 인상폭도 보다 낮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두 자릿수 인상률은 영세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겐 여전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큰 기업들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돼 어느 정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반면 소상공인은 그대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해 온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단체행동까지 예고했다. 심야시간 상품 가격을 10~20% 인상하고, 일부 담배 등 저마진 상품과 국민편의를 위한 종량제 봉투 판매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700만 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상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시작됐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임금 부담으로 폐업을 하고 싶어도 위약금을 우려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농촌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4대 보험 의무가입을 고려하면 별 도움이 안돼 보인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는 동의하나, 이런 일선 현장의 상황을 외면한 결정은 분명 아쉽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런 현실을 예견하고도 국회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받는 건 자영업자인데,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기업편만 든 격이 됐다.
 
특히 국회에는 이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수많은 법안이 올라와있다. 대표적인 게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5년까지인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까지 연장하고 권리금 보호를 전통시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가임대 문제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소상공인에게 무거운 짐이다.
 
가맹본부의 갑질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50건 가까이 발의됐지만, 낮잠만 자고 있다. 상권에 따른 임차환경 지원 근거를 마련한 ‘지역상권 상생발전법 제정안’ 역시 제대로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이외에 상가 임대료·신용카드 수수료·가맹수수료 인하 법안과 각종 세제 혜택 법안들이 국회에 수없이 쌓여있다.
 
이들 법안이 처리됐다면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여야는 그동안 선거와 개헌 등 대형이슈를 놓고 다투면서 번번이 법안 처리를 미뤄왔다. 직무유기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정치인의 의무다. 여야는 이제라도 만사 제쳐두고 소상공인 지원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이 소상공인을 살리는 길이자 한 표를 행사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선거도 끝났고, 후반기 원구성 협상까지 타결된 마당에 법안 처리를 미룰 다른 구실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김의중 정치부장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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